[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4년 후 젊은 선수 중 몇 명이 월드컵 멤버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일본의 메시'이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2001년생 동갑내기 절친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울림이다.
일본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대회 개막 전 평가전에서 브라질, 잉글랜드 등을 차례로 격파한 데다, 26명의 엔트리 중 23명을 유럽파로 채울 정도로 최강의 스쿼드를 자랑했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포진한 '죽음의 조' F조를 2위로 통과했지만, 32강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1대2로 패했다. 일본은 또 다시 토너먼트 승리 실패라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다.
고개 숙이고 있을 틈이 없다. 일본의 시선은 벌써 2030년 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구보가 '세대교체'에 대한 화두를 꺼냈다. 그는 "4년 후에 젊은 선수 중 몇 명이 월드컵 멤버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지금 여기에서 선수들이 크게 쇠퇴하지 않는 이상, 같은 멤버가 아닐까"라며 "아직 여기에 들어올 선수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냉정히 평했다. 이어 "2년, 3년 후에 대표팀 선수들을 밀고 들어오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비로소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변혁이 필요한 대한민국 축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발언이다. 한국 축구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의 '아픔'을 4년 뒤 '환희'로 바꾸기 위해서는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세대교체'다.
한국 축구는 지난 4년간 '벤투의 유산'으로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직후부터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4년 4개월 동안 A대표팀을 이끈 벤투 감독은 국내에 머물며, 원석들을 계속해서 캐냈다. 깜짝 발탁으로 평가받은 이기혁(26·강원)도 사실 벤투 감독이 먼저 알아봤다. 안타깝게도 후임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이 늘려놓은 선수 풀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다. 미국에 체류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외면하며,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지 않았다.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행을 준비하며, 부랴부랴 세대교체 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소집마다 3~4명의 새 얼굴을 선발하며, 다시 대표팀 풀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이한범(24·미트윌란) 엄지성(24·스완지시티) 배준호(23·스토크시티)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젊은 선수들의 합류에도 이번 대회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7.46세로 전체 48개국 중 중위권인 25위에 불과했다. 여전히 대표팀의 중심은 기존의 '92, 96라인'이었다. 체코와의 1차전 선발 라인업 평균 연령은 29.09세에 달했다.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1992년생 손흥민(LA FC)과 이재성(마인츠)은 2030년이 되면 38세다. 이미 존재 가치는 꺾였다. 이재성은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임을 천명한 바 있다. '96라인'도 4년 뒤에는 노장 반열에 오른다. 이들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피가 절실하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손흥민 이재성 등을 뛰어넘는다면, 구보의 말처럼 한국 축구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엄지성 배준호 양현준(24·셀틱) 양민혁(20·토트넘) 윤도영(20·브라이턴) 이현주(23·아로카) 김민수(20·지로나) 박승수(19·뉴캐슬) 등 잠재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물론 숨어 있는 흙 속의 진주를 찾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