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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홍명보 실패의 교훈, '누구'보다 중요한 '철학+원칙+절차'를 놓친 결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30/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6.30/
클린스만-홍명보 실패의 교훈, '누구'보다 중요한 '철학+원칙+절차'를 놓친 결과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한국 축구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새로운 감독을 찾아 나섰다. 감독 찾기의 첫 발은 '철학의 정립'이었다. 당시 김판곤 전력강화위원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을 뽑겠다"며 "그 철학은 능동적인 경기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능동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축구가 '능동적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경험, 세계적인 리그에서의 우승 경험' 등 구체적 조건까지 내걸었다.

이를 위한 프로세스는 매끄러웠다. 김 위원장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들의 축구관을 검증했고, 위원들에게 수시로 브리핑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중지를 모았다. 그렇게 해서 선임한 이가 바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물론 벤투 감독도 선임 당시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명품 기자회견을 통해 기류를 바꿨다. 김 위원장의 입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 축구가 정한 철학에 맞춘 인물을 정해진 원칙과 프로세스에 따라 선임했고, 그에 따른 로드맵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후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12년 만의 원정 16강이라는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클린스만-홍명보 실패의 교훈, '누구'보다 중요한 '철학+원칙+절차'를 놓친 결과

한국 축구는 카타르월드컵 이후 몇 보나 후퇴했다. 단순히 2026년 북중미월드컵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사태가 출발이었다. 벤투 감독 이후 새롭게 시작될 4년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하고 1년을 통째로 허비했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지를 위한 어떤 논의도 없었고, 그 논의를 할 생각도 없었다. 원칙과 절차는 이미 무너졌다. 당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의 횡설수설 인터뷰는 지금도 회자된다.

홍명보 감독 선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야심차게 정해성표 전강위가 출발했지만, 내부부터 곪았다. 온갖 소리가 밖으로 새 나갔다. '비밀유지서약'은 '내부 폭로'라는 이름으로 휴지 조각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홍명보 감독을 정했지만, 왜 홍명보인지, 어떻게 홍명보를 뽑게 됐는지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라볼피아나'는 팬들이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뽑은' 사람이 문제였는데, '뽑힌' 사람이 더 큰 욕을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출발도 전에 절름발이가 된 홍 감독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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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홍명보 실패의 교훈, '누구'보다 중요한 '철학+원칙+절차'를 놓친 결과

한국 축구는 두 번의 실패를 잊어서는 안된다. 전강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히 철학을 세우고, 그에 맞는 원칙과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시작은 리뷰다. 정확한 리뷰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정하고, 뜬구름이 아닌 현실적이고 명확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외국인 감독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지금이다.

그런데 벌써 말이 많다. 외국인 감독 리스트가 이미 세상을 떠돌고 있다. 벤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차기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감독 선임을 위한 창구도 열리지 않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게 현주소다. 하지만 그토록 강조됐던 절차가 벤투 감독의 '관심' 한마디에 무력화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전 한국 축구를 흔든 '히딩크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씁쓸해했다. 벤투 감독이 현재의 한국 축구와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누구'가 초점이 되면 안된다. 3일 첫 논의를 시작한 전강위가 안팎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급하더라도 돌아가야 한다. 그 시작은 철학과 원칙, 절차의 정립이다. 그게 안된다면 감독 선임의 공은 차기 집행부로 넘겨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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