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여전히 아시아 축구는 세계의 벽을 넘기 어려운 걸까.
2026 북중미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9개국 중 단 한 팀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인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외에도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이라크까지 사상 최다인 9개국이 본선에 올랐다.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 체재로 확대된 이번 대회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은 절반도 되지 않는 일본, 호주 단 두 팀 뿐이었다. 32강에 오른 일본은 브라질에 1대2 역전패, 호주는 이집트와 1대1로 비긴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2-4로 밀려 16강행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경험한 아시아팀은 한국(1승2패), 일본(1승2무), 호주(1승1무1패) 단 세 팀 뿐이다. 이란(3무), 사우디(2무1패), 카타르(1무2패)는 승점을 따냈지만, 우즈벡, 요르단, 이라크는 각각 3연패로 패퇴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축구를 향한 기대는 높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아시아 최상위이자 스페인, 독일, 브라질, 잉글랜드 등 강호를 격파한 경험이 있는 일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통의 강호인 이란,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급성장한 자국 리그를 보유한 사우디, 유럽파 다수인 호주는 16강을 충분히 노려볼 팀으로 꼽혔다.
한국 축구의 기대도 컸다. 유럽 무대를 평정했던 손흥민(LA FC) 뿐만 아니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턴),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유럽 상위권 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이른바 '역대급 재능'의 집합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별리그 첫판에서 체코에 역전승을 거둘 때만 해도 이 기대는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멕시코, 남아공에 거짓말 같은 패배를 당하면서 결국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글로벌 디렉터 직책을 맡고 있는 아르센 벵거 전 감독은 아시아 축구의 부진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는 9일(한국시각)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팀들은 부진했다. 이유는 현대 축구 경기 강도와 템포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타 대륙 팀과 경쟁할 만큼 충분한 힘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순 스타 선수의 존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수준이 월드컵 레벨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엔 부족했다는 시선이다.
아시아 축구는 지난 수 년간 많은 유럽파를 배출하고 리그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 노력의 집결체인 월드컵에서는 결과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