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아-영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12일(한국시각)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스위스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후반전이 진행되는 동안, 아르헨티나 팬들은 '점프하지 않는 자는 영국인(El que no salta es un ingles)'이라는 응원가를 열창했다.
아르헨티나가 연장후반 훌리안 알바레스(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의 연속골로 3대1로 승리한 경기를 마치고도 팬들은 선수들과 어우러진 승리 세리머니 시간에도 이 응원가를 불렀다. '리빙레전드'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 손에 들고 머리 위로 휙휙 돌리며 기쁨을 표출했다. 페널티킥 실축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왈칵 쏟은 16강 이집트전(3대2 승)과는 '텐션'이 달랐다.
'뛰지 않는 자는 영국인'은 아르헨티나 축구에서 라이벌 팀을 조롱하고 승리를 축하할 때 사용되는 유명한 응원가다. 팬들은 이 구호를 외치며 위아래로 점프하는데, 이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상대 팀, 특히 역사적인 스포츠 및 지정학적 라이벌 관계 때문에 잉글랜드를 응원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40여년 전인 1982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수천명의 아르헨티나 시민이 마요 광장에 모여 영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일제히 점프를 했다. 이 사건이 응원 구호의 기원이 되었으며, 이후 아르헨티나 A매치에는 빠짐없이 나오는 대표 응원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승리로 준결승 티켓을 얻어 16일 잉글랜드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양팀이 월드컵에서 격돌하는 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24년만이다. 양국의 월드컵 맞대결 역사는 1986년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손' 사건, 2018년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사건 등으로 대표된다. 2002년 대회에선 베컴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잉글랜드가 1대0 승리했다.
A매치 205경기(125골)를 뛴 메시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기다. 은퇴 전 아르헨티나 국민이 최대 라이벌로 꼽는 잉글랜드와 처음으로 맞붙을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2005년 스위스에서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와 A매치를 치렀는데, 당시 신예였던 메시는 퇴장 징계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남미 축구 전문가 팀 비커리는 'BBC'를 통해 "양팀의 4강전에선 '점프하지 않는 자는 영국인'이라는 응원가를 훨씬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마이카 리차즈는 'BBC'에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보다 더 잘 달리지만, 아르헨티나엔 메시라는 천재 선수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모든 선수가 메시를 위해 뛴다. 모두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메시의 '호위무사' 중 한 명인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보카주니어스)는 "월드컵 준결승전에 다시 출전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잉글랜드전이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지만, 하나의 축구 경기일뿐"이라고 결승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 승자는 프랑스 혹은 스페인과 20일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우승컵을 다툰다. 2022년 카타르대회에서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룬 메시는 2연패를 노린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