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엘링 홀란은 한국에서는 쉽게 내리지 못할 결정을 내렸다.
노르웨이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2026년 북중미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하고 노르웨이 오슬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노르웨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슈퍼스타 홀란은 5경기 동안 7골을 터트리면서 '다크호스' 노르웨이를 8강까지 이끌었다. 1998년 이후 28년 만체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단에 노르웨이 국민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당연히 영웅 취급을 받았다. 노르웨이 선수단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전투기의 호위를 받았다. 공항에 착륙한 대표팀 전용기 위로 소방차들이 물을 분사해 무지개를 만들며 환영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홀란을 향해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한쪽 어깨에 돌체앤가바나 백을 메고, 왼손에는 박제된 너구리를 들었다. 독특한 너구리 기념품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공항 도착 직후 노르웨이 대표팀은 오슬로 왕궁으로 이동해 국왕 하랄 5세와 소냐 왕비를 알현했고, 홀란은 국왕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선수단은 오슬로 시내 광장인 슬롯스플라센에서 열리는 국민 축하 세리머니에 참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슬롯스플라센 광장에는 1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모였지만 그 자리에 홀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홀란과 함께 산데르 베르게 역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홀란이 이렇게 성대했던 국민적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휴가 때문이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커다란 논란이 될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휴가 때문에 열렬히 응원을 보낸 국민을 외면했다는 시선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르웨이 주장과 마르틴 외데고르와 스톨레 솔바켄 감독은 홀란을 대신해 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귀국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연과 혼선이 있었다. 이미 개인 비행기 편 등을 예약해 둔 선수들도 있었다. 그들도 분명 이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을 것이다. 저희가 대신 팬분들께 인사를 전하며, 보내주신 모든 성원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해야만 했던 선수들이 있었다. 두 선수는 국왕님과 접견을 마쳤지만, 당시 우리 일정이 4~5시간가량 지연된 상태였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했지만, 그래도 왕궁에서 국왕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라, 출발 전 미국에서 몇 시간 동안 발이 묶였던 탓"이라고 해명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홀란을 태운 개인 전용기가 이미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란은 월드컵에서 온 힘을 쏟은 나머지 휴가가 너무 급했던 모양이다.
김대식 기자 rlaeotlr202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