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번의 월드컵, 유로 결승 패배를 모두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패배는 최악이었다."
영국 BBC의 필 맥널티는 16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펼쳐진 2026 북중미월드컵 4강 아르헨티나전 패배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앤서니 고든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경기 종료 10분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연속골을 내주며 결승행에 실패했다. 리오넬 메시의 왼발을 막는데 온 신경을 집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메시는 결정적인 순간에 숨겨뒀던 오른발로 두 개의 골을 돕는 도움을 기록하면서 'GOAT'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를 몸소 증명했다.
이번 경기는 잉글랜드-아르헨티나의 해묵은 감정이 총집결된 승부였다. 1966 대회 8강 이후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선수들 간의 대립을 시작으로 1982년 포클랜드 전쟁, 1986 멕시코 대회에서 잉글랜드를 울린 디에고 마라도나 '신의 손', 1998 프랑스 대회에서 데이비드 베컴의 퇴장 등 갖가지 스토리가 얽혔다. 60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은 2연패를 노리는 메시의 격돌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 했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통과 후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왔다. 16강에서는 공동 개최국 중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멕시코를 만나 혈투 끝에 3대2로 승리했다. 8강에서는 '괴수' 엘링 홀란을 비롯한 황금세대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노르웨이를 2대1로 제압했다. 주드 벨링엄이 매 경기 히어로 역할을 하면서 자국 팬들을 열광시켰고, 탄탄한 경기력으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하지만 결국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때문에 8년 전인 2018 러시아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에 밀려 결승행에 실패했을 때보다 충격이 큰 눈치다. 맥널티는 "잉글랜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개인적으로 7번째 월드컵과 유로 결승전 패배를 모두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패배는 최악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아르헨티나는 역사, 상징적 이미지로 가득차 있어 잉글랜드 선수들과 팬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아르헨티나였기 때문 만은 아니다"라며 "이번 경기는 영원히 '만약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주고도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결국 무너졌다. 때문에 이 경기는 그 어떤 패배보다 더 많이 회자될 것이고, 더 큰 후회를 남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