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변신 배동성 "버디 넣으면 춤추려 했는데"

기사입력 2012-06-21 13:29


캐디 배동성과 이소진. 제주=하성룡 기자

'전문 캐디'들의 존재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오고 있다. KLPGA 투어의 선수들의 아버지는 주로 '골프 대디'다. 주로 딸의 가방을 멘다. 김미현을 비롯해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한 김하늘(비씨카드)까지 한 때 아버지들이 뒤에서 딸을 무거운 캐디백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 캐디'가 늘고 있는 상황. KLPGA 투어에서도 10~15명의 전문 캐디들이 상위권 선수들을 전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문 캐디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배구 선수 출신의 구본왕이 캐디로 변신해 화제가 된 데 이어 최근에는 연예인까지 캐디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반기 마지막 대회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2012에서도 익숙한 얼굴의 캐디가 등장했다. 그는 매 홀을 돌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나이스 파!" "화이팅"을 연신 외치느라 진을 뺐다. 지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오히려 아쉬움이 얼굴에 진하게 베어 나왔다. 방송인 배동성(47)의 두 번째 캐디 도전이었다.

배동성이 '루키' 이소진(20)의 캐디백을 메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이소진과 첫 인연을 맺었다. 에쓰-오일 챔피언스가 두 번째 무대다. 2라운드에서 컷 탈락을 하며 일찍 짐을 쌌지만 그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더 쌓였다.

20년 구력에 핸디는 2~3개.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골프 마니아인 그가 캐디로 변신한 이유는 우정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프로암때 이소진 프로와 함께 공을 쳤는데 전담 캐디가 없다고 하더라. 그 코스를 내가 잘 알고 있어서 백을 메준다고 했다. 이 프로가 '영광이죠'라고 답해 기뻤다." 이번 대회에 백을 메기위해 방송 스케줄도 바꿨다. 그는 "내가 스케줄이 되는 한 캐디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토요일에 방송이 있었지만 미뤘다. 이 프로가 이제 1년차다. 아직 멘탈이 약하지만 샷 감각이나 경기 운영을 봐서는 크게 성공할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의 파트너를 치켜 세웠다. 반면 "경기 전에 버디 잡으면 내가 그린 위에서 춤추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민망할까봐 그랬는지 버디를 하나도 잡지 않았다"며 눈을 흘겼다. 컷탈락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퍼트를 준비 중인 이소진과 캐디 배동성. 제주=하성룡 기자
캐디로 직업을 바꾼 것도 아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수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주말 골퍼에게 현장은 산 교육의 장이다. "백을 메면 선수들이 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스윙이나 루틴을 보면서 배우고 그린 라인 읽는 것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 하지만 주말 골퍼가 프로 무대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단다. "내가 직접 치는 것보다 5배는 힘들다. 내가 라인을 봐줬는데 선수가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다." 코미디언이지만 농담은 금물이다. 필드 위에서만은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소진의 모친은 "배동성씨가 아니었으면 딸이 일찍 이번대회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옆에서 잡아주시고 이끌어주셔서 2라운드까지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배동성은 2라운드를 마친 뒤 이소진과 함께 대회장을 떠났다. 그리곤 이소진에게 한 마디 남겼다.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 올께. 하반기 대회때 다시 만나자."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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