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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년차가 됐다.
미국에선 동양인, 한국에선 미국인
케빈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릴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 LA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권을 땄다. 주니어 시절 케빈 나는 '골프 신동'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때 케빈 나는 프로로 전향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PGA 투어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지금까지 우승은 단 한번. 지난해 10월에 열린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한 성적을 냈다. 톱10엔 6번 들었고,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마스터스에선 공동 12위를 차지해 2013년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0년차 선수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바로 정체성 문제다. 케빈 나는 "미국에선 동양인, 한국에선 미국인으로 취급받는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서운할때가 있다. 특히 후원 기업을 찾을때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PGA 투어 선수들로부터 당했던 텃세도 심했다. 그는 "신인일때 내가 먼저 찾아가서 인사하고, 아침에 필드에서 만나면 가장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이 나를 무시했다"며 "그때 독하게 마음 먹었다. 이후로 내가 절대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요즘말로 까칠하게 대했다. 그러면서 성적이 나기 시작하니까 선수들이 무시하지 않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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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는 게 아니라 못 치는 것
케빈 나는 올시즌 왜글(waggle·스윙 전 클럽을 가볍게 좌우나 앞뒤로 흔드는 동작) 때문에 이슈가 됐다. 라운드 중 수없이 왜글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어드레스를 풀어 버리는 늑장 플레이가 문제가 됐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1타차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날 야유 속에 무너지며 7위에 그쳤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케빈 나 본인이었다. 케빈 나는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백스윙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100% 정신적인 이유다. 원인을 알면 고치겠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이번 겨울 아시아 투어를 뛰는 이유도 이를 고치기 위해서다"라며 "한국에 들어온 이유중 하나가 심리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프로 선수들은 나의 고충을 이해한다. 안치는 게 아니라 못 치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떤 목표도 없다. 하루빨리 백스윙 공포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기부 골퍼로 기억되고 싶다
케빈 나는 몇해전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케빈 나는 "투어 생활을 하며 돈도 꽤 많이 벌었다. 이제는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자선 골프대회를 LA에서 매년 열고 있다. 올해도 LA 인근 로빈슨밸리 골프장에서 자선 골프대회를 열었다. 250명이 참여해 케빈 나의 뜻에 힘을 보탰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 단체인 '아름다운 가게'와 '해피 빌리지'에 전달했다. 케빈 나는 "어릴때부터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사실 남몰래 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알리려고 한다. 나도 이전엔 방법을 몰라 돕지 못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