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예기자가 간다!]자식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자

최종수정 2012-02-17 10:40
 

배를 곯을 때 먹을것을 남에게 양보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무리 양보해도 전혀 아깝지않은 대상이 있다면 100% 자식일게다. 본능에 가까운 자녀사랑은 아무리 논리적으로 따지고 이성적으로 대하려고해도 잘 되지않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자녀를 위해 돈을 벌고 그 자녀가 내 돈을 써도 아깝지않은게 신기할 정도다. 전생에 부모 자식간은 빚쟁이와 빚진자라고 그래서 그렇게 당당하게 돈, 돈 돈한다는데 그 말이 딱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니 임신한 순간부터 돈이 드는 자녀 양육은 갈수록 그 비용부담이 커져서 결혼도 만혼, 아이는 하나만 그것도 어느정도 기반을 잡고 낳겠다는게 요즘의 추세란다.

 그렇다면 옛날, 아주 옛날도 아닌 불과 3-40년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들 낳아서 기를 수 있었을까? 낳기만하면 자기 먹을 숟가락은 자기가 들고 태어난다며 대여섯은 기본이었으니말이다.

 어른들은 이 궁금증에 하나같이 말씀하시기를 "옛날엔 큰 돈이 안들었잖여. 식구 수대로 방이 다 있는 집이 어딨어? 남자방 여자방, 아예 한방에 몰아서 자던가 했지. 밥은 어뗘? 김치만 갖고 먹였지. 고기반찬이 어딨어? 옷은 누가 사주간? 큰 애가 입던 거 막내까지 물려입히고 교복은 오바까지 큰 언니것을 주욱 내려 입혔고 , 학교만 보내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크는데… 대학가는 것도 공부잘하는 놈, 아들만 보냈으니까 큰 돈이 들어가는게 뭐 있었겠어. "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학교만 보내면 지들이 알아서 컸다는 말이… 지금은 큰애가 입던 교복, 막내까지 내려가지도 않고 밥반찬도 고기가 들어가야 젓가락을 들고 학교만 보내기엔 너무 이상하고 부족하다. 거기에 대학은 동기생 60만명이 다 지원하는바람에 사교육비만 잔득 들고… 그러니 아이를 낳기만 해다오. 조금은 지원해주겠다란 정부의 말이 외계인의 말처럼 들리는거다.

 하지만 옛날의 자식이라고 하고싶은거 먹고싶은 거 가지고싶은 게 없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동네에서 한 두집 있을까말까한 귀한 흑백TV가 왜 우리집에는 없냐고 투정했었고 나도 내방을 가지고싶다고 노래를 했었고 새해가 되면 설빔을 찾다가 없으면 울기도 했었고 쌀밥에 소시지 반찬 먹는 아이가 부러워서 김치냄새 팍팍 풍기는 내 도시락의 뚜껑을 반만 열었던 때도 있었다. 큰 언니의 교복은 유행이 바꾸어도 한참 바뀌었지만 우리 형편에… 3년만 입으면 되니까라며 체념하고 고등학교 올라가면 진짜 해주신다란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었다.(고등학교 교복은 다 다르기때문에 물려입을 수 없었던게다) 연필도 몽당연필이 되어야지만 새 연필이 생겼었다. 운동화는 또 어떠했는지 '말표' 운동화를 신고싶어서 일부러 흙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다가 그 현장을 들키기라도 하는 날이면 "이놈의 기집애" 하면서 혼도 엄청났었다.

 내가 아주 아주 어려운 집안이었냐… 그건 아니었다. 그냥 그 시대가 그렇듯 덜 가져도 더 많이 가지고싶어서 안달복달하지않았고 부모님의 안돼란 말을 하기전에 자식들이 알아서 체념하는가하면 설사 부모님이 안돼라는 말을 하는 상황까지 갔어도 그것때문에 집안내분이 일어나거나 학교를 가지않는 일도 없었다. 당신은 부모니까 지불하고 나는 자식이니까 꼭 얻어내야하는 그런 분리적 개념이 아니라 경제적 형편까지 서로 이해하고 함께 걱정하는 가족, 진짜 가족이었다.


 비단 우리집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부모님들이 비상식적으로 그것도 무식하게 무조건 반대하고 안돼라고 하는게 아니니까… 부모님의 생각과 결정에 우리들의 철없는 투정은 이렇게 밀리고 없어지고 체념되어졌다. 그렇다고 자식의 모든 부탁과 간청이 다 무시되는 것도 아니었다. 열번 스무번의 진실한 간청에 부모님이 허락해서 얻어지는 것도 적잖이 있었다. 솔직히 계산해보면 허락되어 얻어진게 더 많았을게다.

 교실바닥에 떨어진 자기 물건조차 집으려고 하지않는 요즘 아이들이다. 내 방이 꼭 있어야하고 생일 졸업등 자신의 기념일에는 근사한 곳에서 파티를 해주거나 고가의 물건을 당당히 요구하는 요즘 아이들이다.

 하지만 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요즘의 아이들에게만 돌리고싶지않다. 문제는 너무 쉽게 들어주던 우리 부모가 아니었던가 생각해보았다. 나역시 많아야 둘인 내 새끼들. 저들이 원하는거라면 뭐든 해줘야지…. 자식사랑이란 비논리하에 열번 스무번은 커녕 단 한번에 오케이하면서 사주었던 물건이 한두개가 아니다. 휠리스란 바퀴달린 운동화는 한국에 들어오기전 이미 미국에서 공수해왔었고 남에게 없어보이고싶지않아 한 해 신으면 작아져서 더 신을 수 없는 신발도 무조건 메이커를 사주었다.

 내 욕심이다. 남에게 있어보이고싶은 욕심, 더 많이 가지지않았어도 덜 가진게 들키고싶지않은 공연한 자만심.

 최근 등골브레이커라고 불리우는 고가의 옷들이나 고가의 사교육, 고가의 양육비는 어쩌면 바로 부모의 허영심이 먼저일는지도 모른다. 예전의 부모님들이 우리를 덜 사랑해서 "안돼!"라고 하신게아니다. 열번 스무번 간청해야 들어주셨던 건 그만치 우리들의 잦은 변덕을 알고 계셨던 지혜였었고 어려운 시대, 가족 모두가 버틸 수 있었던 지혜였다.

 예전에 그렇게 아껴가면서 자식을 키웠어도 당신들의 노후는 일절 준비못해서 전전긍긍 쩔쩔매는 전후세대가 아닌가? 하물며 우리는 어떠할까?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도 "노"라고 말할 수 없다면 그건 부모 자식간이 아니라 정말 빚쟁이와 빚진 자이다. 생각해보라.

 지금,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게 올인에 가까운 과한 금액은 아닌지… 교육은 둘째치자. 생각해보라, 아이들의 투정과 졸라댐이 얼마나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인지… 지금 이 유행이 지나고나면 또 다른 유행에 또 말려서 내 허리 휘는 것 모를 정도로 쏟아붓는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휘어진 허리를 자식이 펴주는 것은 고사하고 그 흰 허리의 통증, 자식이 알아줄까?

 자식들은 부자요. 부모들만 가난하다란 요즘 말, 자식들도 알게해야한다. 자식은 돈, 돈, 돈을 외치는 빚쟁이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의 한 사람이 아닌가? SC페이퍼진 명예주부기자 1기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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