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명예기자가 간다!]엉덩이 주사는 한국에만 있는 것?

최종수정 2012-02-17 10:40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중의 하나가 의료이며 그 의료중에도 부담스러운 것중의 하나가 주사란다. 그 부담스러운 주사의 경험중 가장 뜨악한게 바로 '엉덩이주사' 란다.

 주사처방이 나오면 흔히들 엉덩이부터 내미는게 우리 정서인데 "뒤로 돌으세요. 엉덩이 내리시고요. 엉덩이 힘빼시고요… 찰싹!"

 아 얼마나 정겨운 소리인가? 고향의 소리와도 같지않은가? 하지만 이 모습은 정작 외국에서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쉬운게 아니란다. 미국으로 도미한 친척분이나 그분들의 자제들이 한국에 잠깐식 와서 우리 생활을 볼 때 우리네가 병원에 자주 가는 것에 놀라고 약의 갯수보고 놀라고 주사맞는것에 또 놀라워들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2세가 한국에 왔을 때 하필이면 발을 접질렀다. 우리정서는 어떠한가? 발을 삐면 먼저 생각나는 곳이 한의원, 침이 아닌가? 한의사 이웃이 있어서 침을 맞자고 했더니 처음엔 침이 뭐냐고… 주사같은 모양이지만 주사는 아니라고… 교포2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선한 이웃의 선한 의료행위가 이어지고 자기 몸에 바늘이 여러개 들어왔을 때 그는 패닉상태가 되었고 5분도 못견뎌서 결국 한의원을 도망치다시피 나왔다.

 의료행위의 기본은 믿음인데 그는 침을 완전히 부정했고 선한 이웃조차도 부정했다. 결국 보험이 되지않는 걸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사진을 찍고 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엉덩이 주사를 맞자고 했을 때 그는 당황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화가 나있었다. 남자가 여자앞에서 엉덩이를 보이는 것도 싫은데 찰싹 찰싹 맞았으니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근육완화제, 위장약이 포함된 대여섯 알의 알약을 받았을 때는 "정말 내가 이렇게 많은 걸 먹어도 될까요?" 란 반신반의 그리고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투약을 했었다. 그가 제일 마음놓고 맡긴 것은 내가 고등학교 교련시간에 배웠던 Y자 모양의 압박붕대감기였다. Y자가 잘 나오면 감탄까지했었다.

 그가 겪은 해프닝을 그 부모에게 알려주었더니 의외의 답이 들려왔다. "여기선 엉덩이 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다. 하다못해 팔에 맞은 기억도 거의 없다. "

 프라이버시때문이냐고 했더니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도 잘 가지않지만 주사투약도 잘 안한단다. 약국가면 웬만한 약은 다 있는데다 병원에 가본적이 있어도 약처방이었고 주변에 주사맞았다며 팔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단다.

 한국의료를 마다하는 교포2세가 유난스럽다, 저도 한국인 부모를 두었으면서라며 못마땅해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의료비는 비싸도 그래도 미국에서만 살았으니 한국 의약에 대한 신뢰가 있을 턱이 있나? 약보다는 항상 비타민제를 달고 사는 정서에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하얗고 노랗고 분홍색의 알약들을 먹었을 때 그 기분이 어땠을까? 나같아도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약이며 그 곳의 처방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 같았다.


 엉덩이 주사가 불법 혹은 주사가 잘못된 처방이란 건 아니지만 비교해보면 우리 나라의 주사는 일종의 최면과도 같다. 확실히 약보다 주사가 빠른 효과가 있지않은가. 어르신들도 몸이 아프다싶으면 "병원가서 링거 한번 맞아야하는데…" 라고 하신다.

 자녀가 어렸을 때 옆집에 살던 아기엄마는 가까운 병원 놔두고 20분 넘게 걸리는 저쪽 동네 소아과를 다녔었는데 그곳은 약처방과 함께 내려지는 게 주사였다. 과정을 외우고 있는 아이들은 진료 후 사색이 된다. 엎드리기까지가 5분, 뉘여서 울음이 좀 자제될때까지가 2분 엉덩이 한 대 쫙 소리에 또 5분, 그래서 그 소아과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늘 만원사례, 종합병원 그 자체였다. 나역시 "주사라…" 조금 걱정하면서도 세상말로 약발이 잘 들으니까 그 소아과만 가게 되었다.

 그 즈음 주사 오남용과 주사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나왔었는데 넌지시 간호사에게 물었었다.

 "여기서 예방접종 맞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멀쩡하다. 괜찮으니까 쓰지"

 물론 자녀들은 멀쩡하다. 주사의 부작용이 뭔지도 모르고 설사 어디가 아팠어도 그게 주사의 탓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의사선생님이 알아서 주셨겠지라고 믿는 수밖에….

 하지만 내가 아파서 주사처방이 내려지면 온 몸이 경직되고 두려워지는게 느껴진다. 내눈이 돌아가지않는 엉덩이부분임에도 그 주사바늘이 들어오는 과정은 피부가 알고 신경이 안다. 그걸 아이가 대여섯살, 아니 초등학교 들어가기전까지 적어도 일년에 여러번을 했는데 매번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쫘-악 엉덩이 때리는 소리에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 때 난 솔직히 씨-익 웃었다. 마녀처럼. 그냥 그 모습이 귀여워서 . 그리고 이젠 금방 낫겠구나싶어서.

 의약분업이 약의 오남용을 막자란 뜻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여전히 항생제 투약 최고의 나라, 주사투약의 선두자로 불리우는 우리나라. 근육주사 피하주사 피내주사, 다 기능이 다르고 그 효과가 다르기에 엉덩이도 맞고 팔에도 맞고 어깨에도 맞고 한다지만, 주사가 약보다 효과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뭔가 찝찝하게 느껴지는 느낌은 뭘까? 왠지 안맞아도 될 한 대를 더 맞아서 일까? 그 쫘-악 소리에 내 몸은 이제 낫는구나란 신념을 못버리는 한 주사투약, 엉덩이를 내리세요란 지시는 그치지않을 것 같다.

 우리 어릴 때는 불주사(결핵예방주사를 불렀던 말)도 맞았는데 멀쩡하지않나? 물론 불자국은 있지만.

 간호사들의 수다에서 들은 얘기인데 주사를 놓을 때 마지막 지침이 뭔지아는가?

 " 자신있게 찔러라." ( 참고로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바지내리세요 치마 올리세요란 말 안한다. 잘 들어보라, 엉덩이 내리세요라고 말한다. 솔직히 엉덩이 내리는 방법은 또 뭔가? )

SC페이퍼진 명예주부기자 1기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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