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찾기-89차 도락산] '깨달음의 길'을 걷다

기사입력 2012-05-17 15:50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89차 도락산> '바위와 노송'이 한 몸처럼… '깨달음의 길'을 걷다




'신록(新綠), 그 눈부신 푸르름이여…'

초록색은 소박하고 겸허하다. 현란하게 자신을 내세우는 빨간색, 노란색과 비교하면 너무 수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적어도 5월 새롭게 돋아난 잎들이 뿜어내는 푸르름은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수필가 이양하 선생은 '신록예찬'에서 5월의 신록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청춘시대로 비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정확히 1년밖에 남지 않은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신록을 예찬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충북 단양의 도락산. 눈부신 청춘의 신록 속에 바위를 오르내리며, 깨달음까지 얻었으니 그 즐거움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는 여전히 쌀쌀하고, 낮은 찌는 듯 무더위가 한창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봄과 가을이 점차 사라진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려온다.


그래도 자연은 따박따박 제 길을 간다. 만산에 녹엽을 뿌리는가 하더니 어느새 홍엽으로 갈아입고, 이를 떨군 후 눈과 상고대로 그 빈자리를 채운다. 새움이 자라나고 봄꽃이 어느정도 물러가면 신록은 비로소 절정기를 맞이한다.

그 순간을 도락산(道樂山)에서 만난 것은 더 의미가 컸다. 우암 송시열 선생은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道)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樂)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산행 하나에도 깨달음의 길이 있다니. 그동안 별 생각없이 산을 대한 것 같아 왠지 부끄러워진다.

산행 출발점을 단양 8경 가운데 하나인 상선암으로 잡았다. 제봉과 신선봉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를 지나 하산하는 시계 방향의 원점 순환 코스다. 초입부터 초록의 푸르름은 시작됐다. 서서히 쇠줄이 놓여 있는 바위도 나타난다. 아쉽게도 이양하 선생이 표현한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신록이 더 눈부셨다.

잘생긴 노송들이 길 중간에 척척 놓여져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가기엔 안성맞춤이다. 채 30여분도 오르지 않아 주변 경관이 발 아래로 놓인다. 바윗길은 산 정상으로 계속 이어진다. 2시간 30여분을 오르자 운동장처럼 너른 신선봉이 나왔다. 숫처녀가 물을 퍼내면 금세 소나기가 쏟아져 다시 물을 채운다는 전설이 담긴 바위연못이 놓여져 있다. 어디서 왔는지 개구리가 이 속에서 노닐고 있었다.

노스페이스 신입직원인 손은지씨가 이 곳에서 고향 경북 안동에서 온 부모님과 만났다. 산행과 직장생활에 익숙치 않은 딸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는 것. 부모의 사랑은 산처럼 넓고도 깊다.

여기서 20여분을 더오르자 도락산 정상이다. 하지만 주위에 나무가 많아 경관이 확 트이지는 않는다. 다시 신선봉으로 내려오니 산행 초반 복통으로 인해 뒤에 처졌던 노영덕씨가 이미 와 있다. 간호장교 동기생인 김금희, 김혜경씨와 함께 참가해 26년만에 '동침'을 했다는 노씨는 "여기서 내려가면 다시는 산에 오를 자신감이 없어질 것이란 생각에 뒤따라왔다"고 말했다.

채운봉으로 하산길을 잡았는데, 또 다시 바위 투성이다.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는 우회로가 없어 오르막 내리막이 아찔하다. 길도 좁기에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산행객들과 교차하기 위해 정체까지 발생했다. 주말에 찾은 도봉산이나 북한산과 같은 느낌. 몇몇 참가자들은 "'도락산'이 아니라 '돌악산' 아니냐"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앞과 뒤가 훤히 트여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리산 자락의 경남 함양에서 온 정숙녀씨는 "산에서 삶의 용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3년전 남편과 사별하고 세명의 자식이 모두 대학 진학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순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정씨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다시 북돋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산이었다. 우암 선생의 말씀대로 정씨는 바윗길 속에 '도'를 찾아냈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도 내년 4월 제주도 한라산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에, 이 행사로는 마지막 5월 산행이었다. 신록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은 기간 더욱 소중하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도락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도락산 산행에는 5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산악인 김웅식씨가 참가했다. 국내 10여개 지역의 지맥 및 둘레길을 개척하기도 한 김씨는 "등산이라는 말에는 정상에만 오르면 된다는 너무 목적지향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어쩌면 하산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산행을 할 때 피로 예방요령이나 코호흡, 11자 걷기, 알파인 스탁 사용법 등 올바른 산행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도락산은?>

월악산국립공원과 소백산국립공원에 인접해 있으며, 상-중-하선암과 사인암 등 단양팔경 8경 가운데 4곳이 위치해 있다. 산 이름이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경관이 뛰어나며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행 참가자>

노영덕 박정우 조경래 김금희 최원희 황은미 이윤구 김혜경 박은영 김현철 이호룡 윤성열 엄귀용 황은아 최철규 유길상 한숙녀 이영남 김선남 이옥섭 성도중 김경숙 이홍진 박종옥 김정래 차기철 김종헌 원해호 차기영 김연희 임가빈 손은지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2년 6월 9~10일 충남 예산의 덕숭산(495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덕숭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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