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에서 내부 비리가 터진 이유는?

기사입력 2012-05-21 13:25


'시스템 문제인가, 폐쇄적 내부 업무처리의 결과인가.'

하나은행의 내부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은 기본, 이사회 의사록 조작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하나은행은 직원 개인의 문제, 실무자의 업무 착오(실수)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매년 한차례 이상 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내부 경영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은 숫자놀음을 하는 곳으로 단순한 실수가 비리로 이어질 수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은 일선 영업지점 창구직원의 경우 100원만 차이가 있어도 다시 계산을 맞추게 하는 등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객신뢰가 경쟁력이 되는 만큼 비리문제에 대해 엄격하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일반 은행과 업무방식이 다른 듯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은행에 3750만원의 과태료와 기관경고를 내렸다. 또 28명의 임직원을 징계하라고 지시했다. 국민관광상품권 횡령사고를 비롯한 각종 내부 문제가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모 직원이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기업이 국민관광상품권을 수천만원어치씩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 174억원 가량의 상품권을 불법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은 20억원 이상을 챙겼다.

하나은행은 이와 관련 지난해 9월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 감독당국에 보고 한 뒤 자체 징계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당 직원은 면직됐고 지점장 60여명 등 150여명의 직원들에게 경고 및 견책 등의 징계조치가 취해졌다. 하나은행은 당시 '조기 발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직원 개인의 문제로 은행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발빠르게 취했다는 설명.

그러나 하나은행은 횡령 규모가 174억4000만원에 달한 데다 담당자를 5년 8개월간 바꾸지 않았고, 관련부서를 자체검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내부 경영 시스템에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시스템적인 문제일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또 있다. 금감원은 국민관광상품권 횡령 외에 PF대출 부실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2268억원 규모의 PF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여신심사를 하지 않는 등 부실한 관리를 통해 1506억28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신심사만 제대로 이뤄져 있어도 손실을 막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2010년 10월 대주주 특수 관계인에게 총 7100억원의 신용공여를 하는 안건의 이사회 처리 과정도 문제였다. 신용공여는 반환의사가 있다는 점을 믿고 빌려줬던 금액을 받는 기간을 연장하는 것 등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하나SK카드, 하나캐피탈 등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시 의사록을 허위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지만 안건을 의결했다. 더욱이 금감원 검사가 시작되자 재적이사 전원이 참석한 것처럼 의사록을 허위로 재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 허위 작성은 일종의 서류조작이다. 은행은 고객과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곳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파생상품 회계 부당처리 및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위반 예금잔액증명서 부당발급 고객 신용정보 부당 조회 대출금 용도 외 유용 및 사후관리 불철저 담보 및 보증 설정업무 불철저 그룹 내 임직원 겸직업무 불철저 은행장 승인 없이 외부 영리업무 영위 등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등의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게 현 은행권의 상황"이라며 "(하나은행의 비리 문제가) 은행권에 불똥을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5대 김종준 은행장 취임을 계기로 '국내 최고 은행 만들기'에 나선 하나은행. 최근 발생한 각종 악재를 어떻게 대처해 경쟁력 확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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