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90차 덕숭산> 백제 고찰 수덕산을 품은 山… 내 마음도 품었다
시인 나희덕은 '속리산에서'란 시에서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이라는 표현을 했다.
산행도 마찬가지다. 그 산의 가치는 물리적인 높이가 아니라 심리적인 깊이일 것이다. 지난 주말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가 90번째 산행지로 찾은 충남 예산의 덕숭산도 그랬다. 높이는 495m로, 전국의 100대 명산 가운데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그 곳에는 백제 시대의 고찰인 수덕사가 있었고, 덕산온천이 있었다. '덕'(德)을 높이 받든다는 의미의 산을 중심으로 모두 3개의 '덕'이 모여 있는 것이다. 산행 시간에 맞먹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즐기며 마치 소풍을 나온듯 유유히 누빈 덕숭산에서 높이 대신 깊이를 음미했다.
사실 90차 산행지는 당초 설악산 가리봉이었다. 지난 2005년 1월에 '한국 100대 명산 찾기'를 시작하며 100개의 산을 미리 지정해서 다니고 있는데,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가리봉이 출입통제지역이란 사실을 지난달에야 알게 됐다.
급히 대체 산행지로 찾은 덕숭산이 처음에 낯설었던 이유다. 하지만 수덕사가 위치한 산이라는 사실에 무심함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간 여러번 수덕사를 찾았음에도, 산행을 하지 않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단청을 입지 않고 나무 그대로를 살려 지은 대웅전 추녀의 소박함처럼 위압감을 전혀 주지 않고 안온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수덕사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에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산행의 출발지는 수덕사였다.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을 넘어 황하루박물관까지 지나서야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시대의 사찰인 수덕사의 본당이 나온다. 고려시대에 지어진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더불어 대표적인 목조건축물(국보 49호)이다. 맞배 지붕, 기둥 가운데가 불룩한 '배흘림' 구조 등 국사 교과서에 기술됐던 단어가 한두개씩 떠올랐다.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길 초입은 계곡길. 봄 가뭄이 극심하다보니 계곡수의 물줄기가 시원스럽지 않다.
돌계단을 오르다보니 사면석불이 나온다. 산 전체가 수덕사의 도량과 같았다. 여기서 왼쪽으로 오르면 비구니들의 선방이자 일엽 스님이 수도했다는 견성암이 나온다. 한말 신여성 1호였던 일엽 스님은 춘원 이광수를 비롯해 숱한 남성들과의 로맨스로 유명했다.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찾아든 덕숭산에서 일엽 스님은 어떤 덕을 느끼며 정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초여름이 되다보니 신록은 더욱 짙어지고 날씨는 더 더워진다. 이제 얼음물이 그리운 계절, 산행 참가자인 서양화가 이재서씨는 "얼려온 물이 잘 녹지 않아 못 마시겠다"는 지인의 말에 "모든 이의 마음까지 녹일 수 있는 내 품에서 녹여주겠다"고 답을 한다. 자연에 품에 안기니 누구나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다.
여유있는 산행이다보니 쉬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어김없이 깔깔대는 소리가 들린다. 전날 숙소의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던 김혜연 한재복 이지희 김정주 이옥금 이정미 윤영숙씨 등 7명은 혼자 혹은 남편과 함께 참가했기에 서로 모르는 사이. 하지만 하룻밤의 인연은 연령대도 다른 이들을 서로 언니와 동생으로 묶었다. 이번 산행이 끝나고도 계속 만나자며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보였다. 덕숭산이 맺어준 이들의 소중한 인연이 계속 되기를 바라본다.
정상까지의 등산로에는 정혜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의 앞마당은 덕숭산 최고의 조망지로 꼽힌다지만, 비구니 도량인 까닭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이내 정상.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서해까지 조망하지 못했다.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오는 길, 정혜사 인근에 비구니 스님들이 가꾸는 듯한 감자와 아욱밭이 곱게 자리잡고 있었다. 소담했던, 하지만 그 깊이만큼은 넉넉했던 덕숭산 산행을 무척 닮아 있었다. 덕숭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덕숭산 산행에는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소속의 한국 대표적인 여성 산악인 이명희씨가 참가했다. 2006년 알프스 여성원정대로 따뀔삼각북벽, 그랑드죠라스 북벽에 이어 몽블랑 등정을 한 이씨는 2009년 알프스 아이거북벽을 등반하기도 했다. 이씨는 올해 초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대표적인 암벽인 피츠로이(3405m)를 3번의 도전 끝에 오르는 과정을 영상과 자료로 소개했다. 남편인 등반가 최석문씨, 그리고 아들 최보건군과 동행해 덕숭산을 함께 누비기도 했다.
<덕숭산은?>
높이는 495m로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높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계곡과 각양각색 기암괴석이 많아 예로부터 호서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가운데 하나인 수덕사 대웅전이 유명하고, 수덕사에서 동쪽으로 4㎞ 떨어진 산 아래에 덕산온천이 있다. 73년 덕숭산과 인근 가야산 일대가 덕숭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2년 7월 14~15일 경기 포천과 강원 화천, 철원에 걸쳐 있는 광덕산(1046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광덕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0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