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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혼을 담으면 신물이 된다. 식당도 그렇다. 철학을 지키는 옹고집과 정성이 명가를 만든다.
단체 손님 예약을 위해 '미리 음식맛 좀 보겠다'라고 하면 돌려보낸다. "누구한테 그저 그렇게 평가받고 싶은 음식이 아니다"라는 것이 주인장 염대수 사장(59)의 고집이다.
식사전 세팅 때는 아무도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음식을 남기면 "나는 정성이 아깝고, 손님은 돈이 아깝지 않으시냐"며 꼭 한마디씩 한다. 철두철미한 원칙주의는 '한달에 3번 이상은 우리 집에 오시지 마시라'는 '거꾸로 마케팅'에서 정점을 찍는다.
홍어, 떡갈비, 황태찜, 오리고기훈제, 더덕 철판구이, 홍어애 부침 등이 이시돌 메인 메뉴다. 특별할 것 없는 남도 한정식이다. 하지만 이시돌은 화학조미료를 쓰지않고, 한발 더 나아가 파, 마늘, 생강같은 천연향신료도 제로다. 맛은 담백하다. 염 사장은 "이래야 원료 본연의 맛이 산다"고 말한다. 가격은 남도 한정식이 1만8000원, 떡갈비 정식이 1만5000원으로 부담스런 정도는 아니다.
대학에서 섬유를 전공했던 패션 전문가였던 염 사장은 88서울올림픽 패션 페스티벌 연출에 참가하기도 했다. 경제신문사에서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음식점과 인연이 닿은 것은 처가(부인 이경순)가 100년 가까이 된 한정식집 경영을 10여년전 물려받으면서부터.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의 유명한 한정식집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음식 문화에 매료됐다. 7년전 구례 한정식집을 누나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훌쩍 떠나 수년간 뉴욕에서 문화 다양성을 경험했다. 4년여전 계룡산으로 와 다시 음식점을 열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비굴한 서비스로 음식을 포장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손님들과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음식 맛에 감탄한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직접 한시를 써준 사연은 이시돌을 찾는 이들에게는 꽤 유명하다. 2년여전 주방에서 손맛을 담당하던 할머니가 남편의 병구완을 위해 휴가를 가자 보름동안 아예 음식점 문을 닫아버렸다. 수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달라진 맛을 손님에게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미국에서 외아들 유학을 뒷바라지 하던 부인이 귀국한다.
염 사장의 유일한 취미는 오픈카 드라이빙이다. 음식장사를 하면서 돈에 연연하지 않아도 월매출은 5000만원 내외. 스스로 "웬만한 회사 임원 연봉쯤은 된다"고 말한다.
음식점으로 일가를 이룬 염 사장은 요즘 뭔가 더 신나는 일을 구상 중이다.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일군 베이비 부머들이 요즘 어깨에 힘이 쭉 빠졌어요. 저도 문제의 그 세대지요. 내가 가진 노하우,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나누고 싶습니다. 힘을 합치다보면 없던 기운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조만간 주주개념의 한정식 공동체를 만들 참이다. 뜻이 맞는 이들을 규합해 법인 성격으로 직영 한정식을 하나 둘 늘려갈 참이다. 지점에 보낼 인원은 염 사장이 직접 트레이닝을 한 뒤 파견하게 된다. 맞춤형 교육과 운영 메뉴얼은 거의 완성단계다. 기존 음식점 프랜차이즈와 달리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소문은 금방 퍼져 참여코자 하는 이들의 문의가 꽤 있다.
염 사장은 한정식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기 백일부터 칠순잔치까지 모임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한정식이다. 염 사장은 "어떨 때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한정식을 좋아할까'. 물론 우리 고유음식이기도 하지만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죠.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이제는 지키고, 계승하고, 좀더 발전시킬 때입니다. 전통 명가에서 제대로된 교육을 시켜보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