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소음이 적은 만큼 보행자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저소음 차량의 보행자 안전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자동차가 저속 운행을 할 때 보행자가 소리로 인지할 수 있는 거리가 약 30% 줄어들고,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보행자 사고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차량이 주로 저속으로 주행하는 이면도로와 주차장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은 5.5%로,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인 가솔린차(3.5%)나 디젤차(3.5%)보다 1.6배 높았다.
이 가운데 이면도로에서의 보행자 사고율을 보면 하이브리드차가 0.34%로 가솔린차(0.23%)와 디젤차(0.22%)보다 1.5배 가량 높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에 의한 사고는 10세 이하 어린이(10.1%)나 60세 넘는 고령자(20.2%)군에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면도로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조용하다는 점이 꼽힌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의 친환경 자동차는 시속 30㎞ 이하로 저속 주행할 때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차량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소음이 적다 보니 보행자가 차량을 인지하게 되는 거리도 하이브리드차가 짧았다. 안대를 한 상태에서 뒤에서 오는 차량의 소리가 들리는 순간의 거리를 측정한 실험에서 하이브리드카의 평균 인지 거리는 13.3m였다. 가솔린차(18.7m)보다 28.6%, 디젤차(22.7m)보다 41.2% 인지거리가 짧아지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친환경 자동차의 저소음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자에게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자동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조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