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 한국에서만 수수료 인상…한국 소비자는 '호갱'?

기사입력 2016-06-14 09:11


세계 1위 카드사인 비자(VISA)카드가 한국 소비자를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보는 '수수료 횡포'를 보이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달 비자카드는 오는 10월부터 국내 카드 소비자의 해외이용 수수료를 1.0%에서 1.1%로 10% 인상하겠다고 국내 카드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인상분만큼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특히 비자카드는 중국, 일본은 제외하고 한국에서만 인상을 추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KB국민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등 국내 8개 카드사는 공동명의로 비자카드의 이같은 일방적인 인상 통보에 항의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자카드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해외 이용 수수료는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하면 부과하는 수수료로, 소비자가 부담을 하게 된다. 비자카드의 통보대로 시행할 경우 해외에서 100만원을 결제했을 때 지금까지는 1만원만 내면 됐는데, 10월부터는 1만1000원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비자카드는 또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도 올리기로 했다. 해외이용 수수료는 소비자 부담이지만 해외사용 분담금이나, 해외 승인 정산 수수료 등은 국내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던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이라는 폭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이번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인상이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 중 한국에서만 진행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봉으로 아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비자카드의 한국 소비자 홀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한국에 대해서만 해외이용수수료를 1.0%에서 1.2%로 인상하려고 했다. 당시엔 비자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고, 카드사들도 비자카드 발급 중단의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나가자 결국 인상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엔 수수료 인상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절대적인 힘이 비자카드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비자카드는 현재 글로벌 브랜드 카드 중 국내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또한 현재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와 맺은 계약서에 의하면, 비자카드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수료 표에 맞춰 무조건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비자카드가 지난해 옛 자회사인 비자 유럽을 약 27조원에 다시 사면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때인 점도 철회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일본계 국제카드 브랜드인 JCB가 그간 받지 않았던 국제 이용 수수료를 1%를 부과하려고 했다가, 국내 카드사들의 강력 반발로 포기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비자나 마스터 등의 결제망은 전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기에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비자카드가 세계 1위의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에 대한 최소 정식 항의의 뜻을 전달할 필요는 있지 않겠느냐. 항의 서한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카드사들이 다각도로 공동 대응할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 이용 금액은 지난해 132억6000만달러(15조6800억원)를 기록했다. 비자와 마스터, 아멕스 등 국제카드사들이 해외이용수수료 외에도 국내이용수수료, 카드발급유지수수료 등 명목으로 가져가는 총수수료도 2010년 1395억원에서 2014년 1940억원으로 매해 급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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