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책임경영 강화'…구본준 시대 열렸다

기사입력 2016-12-02 09:06


LG그룹이 2017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의 이번 인사는 당초 예상대로 구본준 ㈜LG 부회장 체제 강화에 방점이 맞춰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는 2017년 임원인사에서 승진이나 이동 없이 계속 ㈜LG에서 근무한다.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보다는 그룹 경쟁력 강화 차원의 인사로 구 부회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1일 LG그룹에 따르면 ㈜LG를 비롯해 서브원, LG경영개발원, LG연암문화재단, LG스포츠의 이사회를 거쳐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올해 LG그룹의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구 부회장의 입지 강화다. 구 부회장은 그간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우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VC),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주로 챙겨왔다. 이번 인사에서 구 부회장의 표면상 직급 변화는 없지만 권한은 강화됐다. 기존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역할과 함께 주력사업의 경쟁력 및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사업 발굴 및 확대를 지원하는 등 사업 전반을 살피는 역할과 함께 전략보고회 등 경영회의체를 주관하게 된다.

구본무 회장은 ㈜LG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최고경영진 인사 등 LG그룹 회장으로서 큰 틀에서의 의사결정 및 주요 경영 사안만을 챙긴다. 그룹 내 경영실권은 사실상 구 부회장이 쥐게 되는 셈이다.

LG그룹은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에 대해 "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대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자회사들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 추진을 지원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효율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CEO를 역임했던 경험과 추진력의지원이 필요하다는 구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구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 강화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의 부회장 승진도 포함된다. 조 부회장은 구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조 부회장의 트윈세탁기와 같은 혁신적 제품이 시장 선도를 이끌 수 있다고 임직원에게 강조해왔다. 조 부회장의 승진에 구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조 부회장은 금성사에 첫입사한 뼛속까지 LG맨인 동시에 LG에서 '고졸 신화'로 통한다. 조 부회장은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1976년 9월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이래 2007년 부사장(세탁기사업부장), 2013년 사장(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하며 LG그룹 내 첫 고졸 출신 사장에 올랐으며, 올해 승진으로 첫 고졸 출신 부회장이 됐다. 국내 10대 기업 임직원 중 고졸 출신으로 처음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란 타이틀도 갖게 됐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세탁기 박사'로 통한다. 2015년 H&A사업본부장에 부임한 후 세탁기 분야의 '1등 DNA(유전자)'를 다른 가전 사업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올해 역대 최대 성과를 창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H&A 부문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프리미엄 빌트인(붙박이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시장에 안착시켜 브랜드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조 부회장은 아래 직원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능력을 바탕으로 한 '자수성가형' CEO라는 점에서 '하면 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과 아이디어 소통 폭이 넓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부회장의 승진은 1인 CEO조직 운영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조 부회장, 정도현 사장(CFO), 조준호 사장(MC사업본부장)의 3인 대표 체제를 운영해왔고 인사 이후 송대현 사장이 조 부회장의 후임으로서 3인 각자 대표형태의 체제는 유지하지만 조 부회장이 각 사업부를 총괄하게 되는 만큼 '구 부회장-조 부회장'의 핫라인 구축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 확대를 통해 구 부회장은 입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영승계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구광모 상무는 올해 전무 승진을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LG그룹이 변화보다는 안정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이가 아직 30대인 구 상무의 경우 승진보다는 현직에서 경영수업을 쌓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8년생인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 2011년 승진연한 4년을 채우고 차장 승진 뒤 2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상무로 승진한 구 상무는 현재 LG 시너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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