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닥터] 노년의 성생활, 적극 권장되는 이유는?

기사입력 2016-12-06 18:30



'어찌 우리만이 살짝 반백이 되었단 말인가. / 홍분도 연래로 옛 얼굴 고쳤네. / 도처에서 그들을 만나면 아직도 청춘인데 / 흘러간 봄과 즐김을 못하는 신세가 안쓰럽네.'

고려의 문신 이규보가 쓴 시조이다. 연분을 맺고 있는 기생 홍분이는 몸단장으로 아직 싱싱한데, 자신은 늙고 초라해져 즐길 수 없음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이규보는 73세까지 장수를 했으므로 노환으로 기생들과 어울릴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을 것이 분명하다.

맹자는 먹는 것과 성을 인간의 2대 본성이라며, 성(性)은 심(心)과 생(生)이 합쳐진 숭고한 행위라고 했다. 이처럼 본능적 욕망인 성생활을 나이가 들어 하지 못하게 되면 치매를 비롯한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보건복지부에서 전국의 65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성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2%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에 의하면 66~70세 노년층의 62.0%가 월1회 이상 부부관계를 갖는 것으로 집계됐다.

'건강한 노인'이 증가하면서 노년의 성생활은 이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을 위해서도 권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노년의 성'에 대한 그릇된 상식도 바로잡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성욕은 줄어들지만 성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년 남성의 70% 정도가 젊은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남성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여성도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드는 등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지만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노년의 성생활은 욕구 충족은 물론이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활력소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성생활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스킨십 과정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증가해 상대에 대한 친밀감이 높아지며 고독감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신체적 장점도 적지 않은데, 우선 성생활은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 성생활을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각종 통증도 완화시켜 준다. 여성의 경우, 폐경 후 자궁 질환에 걸릴 확률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성생활을 통해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아지면서 질 내부 조직과 근육이 강화돼 생식기 질환에 걸릴 위험을 줄여준다.


성생활은 면역력 증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성생활은 면역 물질을 분비시켜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준다. 또한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가 되면 순간적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혈액 속 T세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거나 남성이 사정을 하는 순간에 노화 억제 호르몬 DHEA의 혈중 농도가 평소의 5배나 되어 노화억제에도 매우 효과가 뛰어나다.

따라서 노년의 성은 적극 권장되는데,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장수하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성생활을 상위 순위로 꼽은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포브스 지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인 섹스는 더 많이 할수록 좋다"며 "성관계가 잦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재영(퍼스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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