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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수술 성공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6-29 14:30




윤영희 교수(우측)와 망막이식 수술을 받은 이화정씨(좌측)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서른 살인 딸의 모습이 이화정씨(여, 54)의 기억 속에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즈음으로 멈춰있다. 20년 전 어두운 곳에서 길이 잘 보이지 않던 이씨는 단순히 야맹증이겠거니 하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검사결과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다 결국 실명에 이르는 '망막색소변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주변부가 흐릿하게 보이고 점차 시야가 좁아지더니 10년 전에는 급기야 거의 시력을 잃어 바로 눈앞의 강한 빛 정도만 희미하게 구분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아산병원은 29일 지난달 26일 안과 윤영희 교수팀이 이화정씨에게 인공망막 기기 '아르구스2'의 내부기기를 다섯 시간에 걸쳐 이식했고, 지난 12일 외부기기와 내부기기의 전자신호를 연결하는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함으로써 국내 첫 인공망막 이식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술 전에는 강한 빛의 존재 정도만 희미하게 구분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수술 후 한 달 가량이 지난 지금은 시력표의 가장 위에 있는 큰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상태다.

현재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는 이씨는 앞으로 20회에 걸친 재활을 통해 기본적인 일상생활 및 독립 보행이 가능해 질것으로 기대된다.

인공망막 '아르구스2'는 안구와 안구 내부 망막 위에 시각정보수신기 및 백금칩을 이식하고 안경에 부착된 외부 카메라 및 특수 휴대용 컴퓨터기기와 연동시켜 시각중추에 신호를 전달한다.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 중동 등의 망막색소변성 환자 230여명에게 인공망막 아르구스2가 시행됐다.

아르구스2는 미국 FDA 승인과 유럽 CE 마크를 동시에 획득한 인공망막 기기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안과 연구소의 마크 후마윤 박사가 개발했다. 마크 후마윤 박사는 이 공로로 지난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국가기술상'을 수상한바 있다. 그는 이번 윤영희 교수팀의 이식수술도 함께 집도했다.

아르구스2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입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신의료기술평가 등 추가절차를 기산과학과 함께 진행 중이다.


인공망막 이식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함에 따라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의 위기에 이른 국내 환자 약 1만여명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셈이다. 망막색소변성은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4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술을 집도한 윤영희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하며 유전자치료와 줄기세포치료, 인공망막 이식수술 등 3대 첨단기법 중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유일한 치료방법이 인공망막 이식수술"이라며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대표해 인공망막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국내뿐만이 아니라 주변 여러 나라의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를 포함해 총 5명의 환자가 인공망막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두 번째 환자의 수술은 최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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