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예상 시점이 향후 2년 내로 가까워짐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배터리 확보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배터리 공급부족 예상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윈-윈' 전략으로 대비 태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은 차세대 먹거리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므로, 이 같은 '합작법인 설립'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공급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공장 실가동률을 고려할 때 실제 공급량은 통계보다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 2월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는 국내 업체인 LG화학의 배터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배터리 업체들과의 합작법인 설립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최근 1년 동안 중국 지리(Geely) 자동차, 미국 GM과 합작법인을 연이어 설립했다. GM과의 합작공장은 지난 4월 착공을 시작했으며 지리차와의 공장은 부지 선정 단계에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현대자동차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합작법인 파트너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는 지난해 말 LG화학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추진, 작년 12월 준공했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국 4위 배터리 업체인 궈쉬안 하이테크 지분 26.5%를 인수한다고 밝혔으며 다임러도 중국 파라시스와 배터리 부문에 합작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제기됐었지만 스웨덴 업체인 노스볼트와 손을 잡았다.
이 같은 합작법인 설립의 최대 장점은 안정적인 물량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로 배터리 공급량 부족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배터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배터리 공장 증설 속도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면서 완성차 업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만 보더라도 2023년까지 최대 9종에 달하는 신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은 기술 집약적이기 때문에 긴밀한 협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 생산이 어렵고, 공급계약만으로 배터리 생산량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합작을 통해 공장 설립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2010년대 초반 GM 배터리 공급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한 LG화학은 볼트 판매 부진으로 가동이 1년 이상 미뤄지기도 했다.
합작사 설립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짓게 되면 비용과 책임을 분담할 수 있고 수주에서부터 매출까지 이어지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작사 설립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로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기술력인데, 경쟁사 고객의 수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배터리 시장의 폭풍 성장을 대비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도 합작법인 설립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연내 착공 예정인 구미 양극재 공장을 중국 업체와 합작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원재료 가격의 30~4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를 통한 안정적 메탈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면서 "자동차 업체와의 계약에서 메탈 연동 계약이 함께 이뤄질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전구체와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지난 2월 에코프로비엠과 양극재 합작법인회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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