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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통신 강조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나녹스 투자 독일까 약일까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10-06 08:19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청사진에 물음표가 붙었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박정호 사장의 성과로 내세웠던 SK텔레콤의 나녹스이미징(이하 나녹스) 투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녹스는 이스라엘의 차세대 의료장비 기술기업으로 SK텔레콤이 투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최근 글로벌 공매도 투자기업으로부터 기술 사기 의혹이 제기 된 곳이기도 하다. 나녹스 기술 사기 의혹을 제기한 곳이 공매도 투자기업이라는 점, 적은 투자금액 대비 투자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률 등으로 인해 SK텔레콤의 금전적 피해는 미비한 수준이다. 다만 SK텔레콤이 나녹스를 '해외투자의 성공적 결실'이라고 강조해왔던 만큼 사기 의혹 논란은 향후 경영전략 운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나녹스 기술 사기 의혹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론으로 옮겨 붙을 경우 탈통신, 빅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기업 경영전략 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나녹스의 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달 14일이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나녹스의 주가는 폭락과 상승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탈통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일환으로 디지털의료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5G,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사업부터 차세대 의료장비사업까지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의 디지털의료시장 진출 계획 중심에는 나녹스가 자리 잡고 있다.

나녹스는 차세대 디지털 X-ray 기기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X-ray를 통해 기존 아날로그 X-ray 촬영 제품보다 선명하고 빠른 속도로 촬영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장비의 소형화도 가능해 기술 상용화가 이뤄질 경우 X-ray와 CT 등의 획기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한 점에서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의료 뿐 아니라 공항검색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점에 주목, 지난해와 올해 6월 투자를 진행했다. 누적 투자액은 2300만(269억원)에 달하고, SK텔레콤은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나녹스는 지난 8월 21일 기술력을 인정받아 '신흥성장기업' 자격으로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상장가 18달러에서 종가 기준 21.7달러를 기록하며 20% 이상 상승했고,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바탕으로 9월 11일 64.19달러(종가 기준)를 넘어섰다. SK텔레콤은 나녹스의 투자 수익률을 앞세워 해외 투자에 대한 성공적 '결실'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디지털헬스케어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을 부각시켰다.

그런데 지난달 14일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인 시트론(Citron)이 작성한 나녹스 관련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주가가 20달러 대까지 내려 앉았다. 보고서에는 나녹스의 기술 사기 의혹과 함께 목표주가를 '0'원으로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2일에도 비슷한 보고서가 나오며 나녹스의 기술 사기 의혹은 더욱 커졌다. 미국 공매도 투자기업인 머디워터스는 "나녹스가 주식 외에는 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X레이 사진 관련 데모 영상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밝혔다. 특히 머디워터스는 나녹스가 내세운 시연 연상과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방사선 사진들이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나녹스가 ARC(차세대 영상촬영기기)가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군가의 흉부 사진으로 조작한 데모 영상을 만들고, SK텔레콤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SK텔레콤이 내수기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해외투자 나서 회사와 주주 등에 피해를 입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SK텔레콤이 나녹스의 한국과 베트남 독점 사업권을 바탕으로 국내에 나녹스 핵심 반도체 제조 공장 신설을 검토했던 만큼 연계 사업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경우 경영진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SK텔레콤은 일단 나녹스 기술 사기 의혹이 일자 즉각 "충분한 자체 검증을 통해 투자가 이뤄졌다"고 선을 그었다. 나녹스의 기술 사기 의혹은 공매도 투자기업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문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녹스가 11월 말 기술 공개를 한다고 밝힌 만큼 의혹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술 사기 의혹에 대해 나녹스가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매도 투자기업의 주장으로 나녹스와 파트너십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녹스는 일단 지난 2일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공매도 투자기업의 기술 사기 의혹을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나녹스아크 시스템의 실제 작동 모습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 사기 의혹이 제기된 지 15일이 지나 밝힌 첫 공식입장이다.

나녹스가 기술 공개 계획을 밝힌 이후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녹스의 주가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고, 국내 증권사들도 나녹스 투자에 나선 SK텔레콤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SK텔레콤의 나녹스 투자가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11월 나녹스의 기술 공개 이후 제품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공매도 투자기업으로부터 촉발된 기술 사기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탈통신과 빅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한 사업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자회사간 사업 연계 등을 통한 경영전략을 추진해왔다"며 "공매도 세력이 나녹스를 미국 증시에서 사기로 문닫은 기업인 테라노스와 유사하다고 밝히며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기술 공개 이후에도 양측의 의혹 관련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SK텔레콤의 신사업 투자 위주의 경영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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