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고강도 규제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통계상으로는 진정된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를 살펴보면 일부 지역은 오히려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감정원은 "추석 연휴 등으로 거래 활동이 감소한 가운데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고가단지 위주로 관망세 짙어지며 보합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그 외 지역은 중저가 단지나 역세권 소형 평형 위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제공하는 실거래 정보에 공개된 최근 아파트 거래를 살펴보면 감정원 통계처럼 서울 집값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지 의문이다.
아파트 거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의미가 있는 23건의 거래 중 절반 이상은 신고가 거래로 확인된다. 신고가 거래는 서울 전 지역에서 확인되며 면적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2차 현대홈타운 전용면적 59.86㎡는 이달 5일 14억원(1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세웠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작년 9월 11억9000만원(17층)에서 11월 12억원(14층)으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6월 13억원(5층)을 돌파한 뒤 최근 14억원에 닿는 등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2단지 59.92㎡ 역시 기존 신고가 기록을 깼다. 작년 5월 6억5000만원(6층)에서 8월 7억5000만원(17층), 12월 8억1000만원(15층)으로 오른 뒤 올해 6월 8억5000만원(8층) 그리고 지난 6일 8억6800만원(14층) 등으로 오르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는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4억2000만원(15층)에 신고가 거래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 45.9㎡는 3일 4억7000만원(13층)에 매매됐다.
작년 5월 2억5000만원(6층)이었던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라이프 59.04㎡는 2일 4억5000만원(15층)에 계약서를 썼다. 관악구 봉천동아 84.87㎡의 경우도 6일 8억6000만원(16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는데, 작년 11월 말 처음으로 7억원(11층)을 넘겼던 것을 생각하면 1년도 안 돼 1억6000만원이 뛰었다.
이런 가운데 가격이 크게 빠진 거래도 있었다.
동작구 대방동 대림아파트 84.92㎡는 7일 11억7500만원(1층)에 거래되며 9월 12억9000만원(5층)보다 1억원 넘게 떨어졌다. 낙폭이 크지만, 최근 거래된 아파트 층수가 1층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크게 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2 164.99㎡는 5일 30억원(47층)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7월 31억4500만원(9층)에 신고가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4500만원 떨어졌다. 다만, 이 아파트는 작년 6월 24억4000만원(28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5억6000만원이나 비싼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값이 떨어진 거래도 보이지만, 대부분 낙폭이 작거나 저층 거래인 경우가 많아 대세 하락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최근 서울 집값은 관망세가 강하지만 대세 하락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입주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고,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전셋값 급등에 매매 수요가 생겨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빙하기 속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서울 아파트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평균 8억44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경기도 과천, 성남 분당 등 수도권 10곳의 아파트 매매 평균값은 9억원을 넘어섰다.
감정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8억4400만원으로 작년 8억원에 비해 5.5%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2016년 5억3300여만원에서 2017년 5억9100만원, 2018년 6억8600여만원 등으로 꾸준히 올라 올해 8억4000만원을 넘기며 4년만에 58.2% 상승했다.
최근 4년간 서울 25개 구 중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성동구였다. 성동구의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2016년 5억81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0억7800만원으로 85.3% 뛰었다.
수도권에선 성남시 수정구가 3억5800만원에서 7억1300만원으로 98.7% 올라 아파트 평균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올해 아파트 평균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로 17억6200만원에 달했다. 뒤이어 서초구 16억5800만원, 용산구 14억5500만원이었고 경기도 과천시가 13억5300만원으로 서울 송파구(12억5100만원)를 1억원 넘는 차로 따돌렸다.
한편 전세 시장은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계속되면서 장기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랐다. 상승세는 무려 67주 연속 이어졌다. 1년이 넘는 기간 멈춤 없이 오르기만 한 것.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 시장의 경우 본격적인 가을 이사 철에 접어들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도 가격 상승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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