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개인 소유의 차명회사와 친족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자료에 누락한 것이 적발 된 탓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배경으로 정 회장이 자료 허위제출 인식 가능성이 높고, 위반 행위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KCC는 자료 누락은 단순 실수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사실 여부를 떠나 지분 승계 등 2세 경영의 본격화를 앞둔 KCC 입장에선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따른 기업 및 정 회장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경영일선에 나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KCC 대표 경영인이다.
▶차명 회사 포함 10개 계열사 누락 의혹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차명으로 운영해 온 '실바톤어쿠스틱스'를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누락했고, 2017년 12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보유 사실이 드러난 이후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정 회장은 친족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주, 동주상사 등 9개사도 자료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의 친족은 누락된 회사들을 KCC의 납품업체로 추천했고, KCC 구매부서 직원들은 해당 회사를 '특수관계 협력업체'로 별도 관리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관련 상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부 계열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정 회장은 외삼촌, 처남 등 23명을 친족 현황자료에서 누락한 점도 주목했다.
KCC는 해당 자료 누락 등을 통해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고 각종 규제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2016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KCC는 당시 자산이 9조7700억원으로 기준 상한선인 10조원에 간신히 미달, 2016∼2017년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졌다. 누락된 회사들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망에서도 벗어났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정 회장의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고 중대성도 크다"며 "동주 등 친족들이 보유한 미편입 계열사는 KCC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고, 외가 쪽 친족들도 지정자료에서 뺐는데 이로 인해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관련 문제 제기가 봉쇄됐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KCC는 정 회장의 계열사 누락은 고의가 아닌 실무 차원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차명회사의 신고 누락을 통해 정 회장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CC 관계자는 "차명회사를 비롯해 누락된 계열사도 친족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던 회사들이었기 때문에 설립과 운영에 동일인이나 KCC가 관여한 부분이 없다"며 "검찰에서 이같은 부분을 다시 한번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사익편취 조사 '옥죄기' 나서
정 회장의 차명회사와 계열사 누락의 의혹에 대한 공은 일단 검찰로 넘어갔다. 관건은 정 회장의 경제적 이익이 아닌 고의성의 여부가 될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의 대응 수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2016~2017년은 계열사 신고 관련 허위 자료 제출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되기 이전이다. 처벌보다 향후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일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공정위가 KCC뿐만 아니라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조사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정위를 옥죄고 나선 것이 변수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공정위의 이번 제재 조치로 인해 과거 KCC의 미편입계열사 운영에 따른 제재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 규정은 2013년 8월 신설되어 2014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KCC의 경우 최소 2001년 이후 계속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사익편취행위 규제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누락 계열사 적발을 넘어 총수일가가 해당 계열사들과 내부거래가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되는지 조사를 통해 추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C는 최근 실리콘사업 회사를 자회사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에 모으며 새로운 도약을 선언하며 2세 경영을 본격화 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계열사 누락에 대한 검찰 고발은 정 회장이 태양광발전사업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그룹내 지배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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