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심을 모아왔던 주요 보험사의 올해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인상률이 최고 19.6%로 확정되면서, 최근 5년 중 최고를 기록했다.
8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주요 4사의 실손보험 인상률이 상품유형에 따라 평균 11.9∼19.6%로 파악됐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舊)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7.5∼19.6%, 이후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1.9∼13.9% 각각 올랐다. 4개 주요 손보사 중 삼성화재의 구실손 인상률이 19.6%로 가장 높다.
중소 보험사까지 포함하면,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을 각각 평균 21.2%와 평균 23.9% 올려 20% 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과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한 해 인상률 상한선 25%를 넘길 수 있다. 지난해 경영개선협약에 따라 50%대 인상률을 적용한 한화손해보험은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올해 구실손과 표준화실손 보험료 인상률을 각각 6.8%와 8.2%로 결정했다.
생·손보사 모두 2017년 4월 이후 팔린 신(新)실손보험 보험료는 동결했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다. 2020년 상반기 구실손과 표준화실손의 위험손해율이 각각 143%와 132%를 기록해 큰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2019년 실손보험의 '위험손실액'은 2조8000억원, '위험손해율'은 133.9%를 기록한 바 있다.
위험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뜻한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납입한 보험료로 사업운영비와 보험금을 충당하기에 모자란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구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이 140%를 넘어서 적자가 심각한 만큼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보험료를 법정 인상률 상한선(25%) 수준까지 올려야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가입자는 3∼5년 갱신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실제 인상이 단행되므로 체감 인상률이 대체로 50%가 넘고 고령자의 경우에는 2∼3배가 오른 고지서를 받는 일도 흔하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적자가 심한 구실손보험은 각 사가 금융당국의 '마지노선' 20%에 최대한 근접하게 보험료를 올리려고 '눈치작전'을 벌였다"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관리대책이 없다면 내년에도 갱신 보험료 '폭탄' 논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계는 오는 7월 제4세대 실손의료보험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보험처럼 이용한 만큼 보험료의 할인·할증을 적용, 비급여 부분에 대한 보험료의 차등제다.
과잉 의료 이용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률이 올라간다. 현행 급여 10·20%, 비급여 20%에서 급여 20%, 비급여 30%로, 통원 공제금액은 외래 1∼2만원, 처방 8000원에서 급여 1만원(단 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상향된다.
비급여 부분에 대해 의료 이용량(보험금 실적)과 연계해 보험료가 달라진다. 다만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불가피한 의료 이용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산정특례 대상자(암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자 등)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대상자 중 1∼2등급 판정자(치매·뇌혈관성 질환 등)가 이에 해당한다. 이 비급여 차등제의 적용은 안정적인 할인·할증률 통계 적용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상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이뤄진다.
대신 보험료는 대폭 낮아진다. 2017년 출시된 신실손보험에 비하면 약 10%,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에 비하면 약 70% 보험료가 내려간다. 급여·비급여를 분리하고, 재가입주기를 5년으로 줄이는 것도 달라지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폭 인상되는 구실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가입해야하는 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손해율 관리에 실패한 보험업계가 가혹한 갱신 조건으로 가입자들이 구실손보험을 포기하고 혜택이 적은 '3세대' 실손보험이나 7월 출시되는 4세대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금융소비자연맹은 "가입이 오래된 상품일수록 보장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적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며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소연은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 갱신 보험료가 할증이 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유병력자나 노약자의 경우 기존 실손보험을 해약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갱신 보험료 부담으로 4세대 상품에 가입하려다가 연령이나 건강상태를 이유로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으니, 기존보험 해약 전에 4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 기존 계약 해약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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