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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선수 팔아 연명한다는 오명을 씻고 싶었던 것일까.
역대 비FA 다년계약 중 6번째 총액 100억원 이상 계약. 중요한 건 120억원 전액 보장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송성문의 기량, 책임감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걸 의미한다. 불과 2년 전까지 주전도 장담하지 못하던 송성문은 한 순간에 야구 재벌이 됐다.
사실 키움이 이런 초대형 계약을 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선수들을 키워 대형 선수로 만드는 건 잘했지만, 자생적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시스템 한계 탓에 대형 FA 영입이나 다년계약은 꿈도 못 꾸는 구조였다. 2011년 FA 이택근과 4년 총액 50억원 계약과 팀의 간판이었던 박병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올 때 다른 대형 FA급 계약을 맺은 게 손꼽히는 큰 투자 사례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올시즌 전만 해도 다른 팀들이 돈 잔치를 할 때, 방출생들을 끌어모아 전력 유지에 안감힘을 썼던 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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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일단 송성문 선수 가치에 집중해 보면 사실 120억원 계약도 그닥 파격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계약 기간이 6년이고, 상상 이상으로 시장에서의 인기가 높았다. 2, 3루 커버가 가능한 내야수. 어느 팀에 가도 1~3번 타순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강타자다. KBO 연속 도루 신기록인 34연속 도루를 성공시킬 만큼 발까지 빠른데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도 갖추고 있다.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5툴 플레이어. 실제 많은 팀들이 군침을 흘렸다. 메이저리그까지 관심을 갖는다니 말 다한 것 아닌가. 트레이드를 적극 추진한 구단도 복수로 있었다. 시장에서 이미 가치가 폭등한 선수를 지키려면 파격적인 조건을 내미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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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해서 못 잡더라도 다른 선수 키우면 된다'는 기존 마인드를 갑자기 버리고 거액 투자로 급선회한 이유가 궁금해질 따름.
일단 '선수 팔아 연명한다'는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릴 회심의 카드로 이번 계약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송성문 뿐 아니라 이주형 등 야구만 조금 잘하면 트레이드설에 휘말리니, 팀 분위기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또 김하성(탬파베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등을 미국 메이저리그에 보내는 과정에서 받은 엄청난 보상금을 과연 어디다 쓰느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과, 구단 운영 의지는 있느냐는 비판을 동시에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샐러리캡 하한선 도입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도 키움에게는 부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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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 후라도, 헤이수스 등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전력도 해체시켜 싸울 수 없는 팀을 만들어 놓은 책임을 현장에 전가하냐는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감독 단장 교체를 주도한 위재민 사장과 새로 부임한 허승필 단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높아진 몸값 탓에 다른 팀들에게 양도하다시피 풀어준 후라도(삼성) 헤이수스(KT)를 시장가로 잡았다면, 숱한 외국인 선수 교체로 쓴 돈보다 비용을 더 절약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알려지며 '무능'에 대한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돈과 관련, 이 모든 비난과 악재들을 한 방에 완화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송성문의 충격적인 120억원 계약이었다.
송성문은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사인했을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