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패션 공룡' 무신사가 잇달아 잡음에 휩싸였다. 급기야 성차별 논란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조만호 대표까지 나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무신사는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 지난해 거래액은 1조원을 가뿐히 넘겼다. 월 활성 이용자(MAU)는 345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연이은 논란에 이어 후속조치 또한 미흡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답지 않은 대처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일부 입점 브랜드에 '비(非) 브랜드 위주의 플랫폼을 이용하면 자사에 입점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 논란이 일었다. 무신사의 설명에 따르면, 메시지는 '텍스트 형식'으로 전달됐다. 다른 패션 플랫폼 동시 입점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며 '통보 형식'도 아니라지만 해당 브랜드의 입장에선 상당한 압박으로 느낄 수도 있을 터.
특히 무신사는 대상 브랜드 선정 기준 및 과정과 논의 형식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사 정체성에 대한 소비자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브랜드 제품으로 보기 어려운 상품(디자인 도용 또는 카피, 도매 상품 택갈이)을 취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을 주로 유통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브랜드가 자사 운영 방향에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사전에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타 플랫폼 입점 여부에 상관 없이 계약 기간을 준수하고, 계약 연장 시에도 브랜드 측과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2001년 조만호 대표가 개설한 신발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으로 출발했다. 당시 무신사는 한정판 운동화 등 패션을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던 공간이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이 자칫 모든 이용자를 수용했던 초기의 모습과 달리, '메이저'로서 무신사의 일방 소통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 이슈가 가라앉기도 전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무신사는 최근 '성차별'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신사가 쿠폰을 지급함에 있어 남녀간 차별을 둔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남자들도 우신사(무신사가 만든 여성 전문 패션스토어) 쿠폰 달라고 항의 댓글 달았다가 정지 60일 먹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가 언급한 우신사 쿠폰은 여성 회원에게만 매달 2회 총 3장씩 발급되는 쿠폰이다.
해당 글을 접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무신사는 지난 6일 공식 SNS에 입장문을 게재했다. 무신사는 "우신사 쿠폰은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고객의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발행한 것"이라며 "당초 여성 고객에 한해 여성 상품 전용 쿠폰으로 기획했으나, 남녀공용 상품 구입 시에도 사용 가능한 점을 확인했다. 이는 명백한 당사의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쿠폰 지급에 항의하는 계정을 차단한 것에 대해선 "해당 댓글은 자사의 운영 정책 중 '본문과 관련 없는 댓글' 등을 위반한 사항으로 블라인드 처리 및 커뮤니티 이용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 정책에 따라 처리했다 해도, 블라인드 사유를 안내함에 있어 이용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검토 기준을 강화하고, 이벤트 기획 시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더욱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무신사에 크게 실망한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이용자들까지 나오자, 조만호 대표까지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8일 무신사 온라인몰과 공식 SNS에 올라온 사과문에서 조 대표는 "이번 일로 실망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우수 이용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쿠폰 운영 방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먼저 성별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일체의 쿠폰 및 프로모션은 이미 발행된 쿠폰을 마지막으로 모두 중단하겠다"며 "사과의 의미를 담아 향후 6개월 간 모든 고객들에게 매월 말일까지 상품 단위로 사용 가능한 20% 할인 쿠폰을 한 장씩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무신사, 초심 잃었나…"사과문도 감추더니 지급된 쿠폰 사용도 제한적"
조만호 대표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좋지 않다. 사과문 게재 방식부터 문제라는 것. 무신사는 팝업창 등을 띄우지 않고 공지사항에만 조 대표의 사과문을 올렸다. 직접 고객센터 카테고리에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소비자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무신사는 지난 10일 2차 사과문을 내놓았다. 무신사는 "앞서 발표한 사과문을 무신사 스토어 첫 화면인 '랭킹' 탭의 최상단 배너에 노출하는 등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약속한 3월의 20% 할인 쿠폰을 발행했으며, 이는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80% 이상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할인 쿠폰을 사용하려고 봤더니, 결제 과정에서 적용 '제한'으로 구입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비자들은 "인기 있는 제품에는 사용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번 이벤트는 논란에 대한 사과가 아닌 재고 떨이가 목적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하는 등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무신사 관계자는 "각 브랜드의 할인 정책과 현재 진행중인 타 프로모션에 따라 적용 여부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빠른 시일내에 가능한 범위에서 더 폭넓게 쿠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현재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1990억원이던 거래액은 2018년 4500억원, 2019년 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에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거래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 할 수 있던 것은 무신사를 믿고 이용해준 고객 덕분이라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처럼 초심을 잃고 고객 서비스에 있어 부족한 점을 보이면 아무리 무신사라도 고객 이탈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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