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은 눈을 외부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제일 먼저 빛이 통과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외부로 노출된 가장 연약한 조직이며 충격이나 오염물질 등 외부환경과 맞닿아 외상을 쉽게 당할 수 있고 각종 질환에 걸리기도 쉽다.
각막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각막을 제공 받아 시력을 되찾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 본 각막이식이다.
눈에 외상을 당하면 바로 안보이는 것이 아니며, 아프거나 충혈이 일어나고, 눈꺼풀 처짐, 하얗게 각막 변성 등 변화가 시작된다. 이때 방치하면 시력이 소실되며, 소위 '병이 익는다'고 표현되며 결국 버티고 버티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조금이라도 눈에 충격이나 손상이 있으면 바로바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는 길이다.
각막이식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건강한 각막을 제공받아 이뤄지기 때문에 타인의 '각막기증'이 필수다.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혈액형이 달라도 거부반응 없이 이식이 가능하다.
요즘엔 영안실까지 이송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어서 사망 뒤 길게는 12시간이 넘어도 각막을 건강한 상태로 이식할 수 있다. 이식 받은 각막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대략 60% 이상이며, 이때 각막이식을 받은 환자의 원인질환이 가장 중요한데 원추각막처럼 순수 각막질환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양호하다.
우리나라에서 각막이식이 필요한 실명 환자는 수 만명인데, 안타깝게도 한해 이루지는 수술은 500건 남짓이다. 미국의 경우 각막이식 수술이 한 해 1~2만 건을 기록할 정로로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의료기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병원 중 각막이식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등록된 곳은 20여 곳인데 꾸준히 수술이 진행되는 곳은 민간병원으로는 필자의 안과 병원이 각막이식수술을 진행하며, 나머지는 대형 대학병원 6~7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수술 건수가 저조한 것은 국내 각막 기증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기증은 여전히 가뭄 상태다. 급할 때는 각막을 수입하기도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그 과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사회적 관심이 떨어져 사후 기증이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체발부수지부모'라는 전통적인 유교관도 있지만, 각막 기증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없이 귀찮기만 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사후 기증을 약속한 분이 돌아가시면 실제 기증까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본인의 불행을 넘어 가족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며 생계 위협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면에서 각막이식 수술은 정상 생활, 경제생활,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 돼 정상으로 돌아가 행복을 되찾아 주는 숭고한 과정인 셈이다. 앞으로, 각막 기증과 각막 이식이 사회 전반에서 꾸준하고 보다 활발해져 어둠 속에 계신 많은 분들이 세상의 빛을 되찾기를 소망한다.
도움말=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정영택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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