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가 3·4세들이 지분 매수 등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경영 일선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달 1일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 합병한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를, 차남과 삼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각각 25% 보유중이다.
이번 매수로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의 지주사격 회사인 ㈜한화의 지분율을 7.33%까지 늘리게 됐다.
한화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 김동관 사장이 4.44%, 김동원·김동선이 각각 1.67%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율을 더 높여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조금씩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에너지는 지난 8월부터 한화 지분을 꾸준히 매수해왔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그룹이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와 우주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김 사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맡아 태양광 솔루션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다. 올해는 한화그룹 내 우주 산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재계에선 한화 3형제 가운데 그룹 핵심사업을 주도하는 김 사장이 머지 않아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당분간 경영 수업을 계속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오너가 3세 정기선 부사장이 지난 12일 사장으로 승진, 현대중공업 지주와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사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그동안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내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발굴을 진두지휘해 왔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이 미래 성장계획의 핵심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드림 2030 로드맵'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맵은 각 계열사의 인프라와 기술을 집결해 2030년까지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앞으로도 그룹 신사업 발굴을 주도해 나간다면, 경영 승계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코오롱그룹 오너가 4세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은 최근 그룹을 대표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수소위원회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그룹의 수소 비전을 발표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장남인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고속 승진을 거쳐 지난해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코오롱글로벌에서 수입차 유통 및 정비 사업 담당 자동차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 부사장은 앞으로 수소 등 코오롱그룹의 신사업을 주도하며 경영 승계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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