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의 정기 임원 인사 키워드는 '외부수혈'로 요약된다.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순혈주의'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외부 컨설팅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쟁사 출신 인사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장 사정에 밝고, 동종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 능력 등 실력이 검증된 만큼 실무 투입에 따른 빠른 경영 성과가 예상되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는 인사 이동과 함께 조직 개편에도 나선다. 2017년 이후 5년간 유지한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마감하고,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한다. 식품, 쇼핑, 호텔, 화학 등 4개 HQ 총괄대표가 경영관리를 추진, 빠른 의사 결정과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선다. 외부 영입 임원이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도 고려 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해외패션 부문에 박철규 사장을 영업했다. 박 사장은 경쟁사인 삼성물산 출신으로 톰브라운, 아미 등을 발굴한 인물이다. 한섬은 타임, 마인 같은 탄탄한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온라인 전략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포트폴리오가 국내 브랜드에 국한돼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신세계까사에 이베이코리아와 여기어때컴퍼니를 거친 최문석 대표를 영입했다. 신세계까사는 신세계가 인수합병 한 이후 적자를 기록해왔던 곳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재무기획 담당 전무로 CJ그룹과 삼성전자를 거친 홍승오 전 ADT캡스 부사장을, 온라인사업 담당 상무로는 이은영 전 삼성전자 상무를 기용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최근 그룹 전략실 온라인 태스크포스(TF) 담당 김혜경 상무도 영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형 유통 기업의 정기 인사에서 내부가 아닌 외부 출신 영업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하고, 기업 운영에 있어 부족한 점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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