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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밀려난 이들은 오늘도 고공 오른다…사회적공감 과제도

기사입력 2025-05-05 10:14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파인텍 노동자들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37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18일, 의료진들이 농성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한 뒤 내려오고 있다. [촬영 김기훈]
[전장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근 100년 전 시작된 한국 특유 고공시위…막다른 이들의 마지막 투쟁

'희망버스' 등 변화 만들었지만…사회 공감·주목도 떨어졌단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혜화동 성당에서 고공농성을 한 혐의로 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활동가 2명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인권단체 소속이다.

천주교계의 장애인 탈시설 권리 존중을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18일 성당 종탑에 올랐고, 농성 보름만인 지난 2일 자진해 내려온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높은 곳에 올라가 버티며 부당함을 알리는 고공농성은 다른 나라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시위방식으로 평가된다. 이번 경우는 인권활동가지만, 주로 땅에서 더 이상 길을 찾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국내 고공 농성의 역사는 거의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31년까지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공 강주룡이 을밀대 지붕 위로 올라 임금 인하를 취소하기 전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한 게 고공 농성의 효시다.

현대적인 고공 농성은 1990년 현대중공업 노조의 골리앗 크레인 농성이 첫 사례로 꼽힌다. 노조의 파업에 사측이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자 일부 노조원이 울산공장 내 높이 82m '골리앗 크레인'에 올랐다.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찾는 등 주목받은 이 농성은 13일 만에 조합원들이 점거를 풀며 일단락됐다.

가장 사회적 파장이 컸던 건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고공 농성이다.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위로 올라 309일간 이어졌다. 연대를 위한 희망 버스가 출범하는 등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하며 사측의 재취업 약속을 끌어냈다.

고공 농성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480일 넘게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이다. 이외 세종호텔 해고,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과 관련해서도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고공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속노조 구미지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측이 농성장으로 쓴 노조 사무실을 부수겠다며 굴착기를 동원했다"고 했다. '하늘로 쫓겨났다'는 취지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고공 농성에 대해 "죽는 것 빼고는 다 해보는 것", "노조의 힘이 약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불행한 현상"(2013년 7월 31일 한겨레21)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사례들이 과거와 같은 큰 이슈로 이어지지는 못하며 고공 농성의 주목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강성' 시위의 대표적 형태로 인식돼 공감도 역시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수의 참여를 촉진하는 '응원봉 시위' 등이 속속 자리 잡는 상황에서 고공 시위가 예전만큼 많은 주목과 공감을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adines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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