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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동물 세계에서 사회적 서열을 파악하는 것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생쥐들은 낯선 상대를 만나면 냄새 같은 화학적 신호를 통해 상대 서열을 파악하고 행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쥐도 다른 많은 포유류처럼 일부 개체가 다른 개체보다 더 지배적인 지위를 누리며, 이런 사회적 위계 구조는 개체 간 갈등을 피하고 번식 상대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집단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일부 생쥐가 상대와 관계없이 고정된 행동을 보인다거나 몸 크기 같은 특성이 사회적 위계를 암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이들이 어떻게 서로 서열을 감지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생쥐 수컷들을 이용한 실험에서 냄새처럼 공기 중에 전달되는 휘발성(volatile) 화학신호나 페로몬처럼 접촉으로 전달되는 비휘발성(non-volatile) 화학신호로 서로 서열을 추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먼저 수컷 생쥐가 지름 3㎝, 길이 30㎝의 투명관 반대쪽 끝에서 들어가 중간에서 마주치는 실험을 하며 생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몸 크기 같은 시각 정보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같은 실험을 어두운 환경에서도 했다.
그 결과 낯선 생쥐들은 서로 만나기 전이나 접촉한 후 즉시 서열을 인식해 낮은 서열 생쥐가 뒤로 물러나는 행동을 보였다.
어두운 환경은 이런 서열 인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성호르몬을 제거했을 때도 영향이 없었다. 이는 몸 크기나 행동 같은 시각적 단서가 서열 인식에 결정적인 요소가 아님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어 생쥐가 사용하는 두 가지 화학물질 감지 시스템을 차단하고 실험했다. 하나는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는 주요 후각상피(MOE)이고 다른 하나는 비휘발성 물질을 감지하는 서골비기관(VNO)이다.
실험 결과 두 시스템 중 하나만 제거했을 때는 낯선 생쥐들이 서열을 감지하는 데 아무 영향이 없었으나, 두 시스템을 모두 제거했을 때는 생쥐들이 서로 서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생쥐가 상대의 서열을 인식하는 데 주요 후각상피와 서골비기관을 모두 사용하며, 이 중 하나가 없을 때는 다른 하나가 보완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다음 목표는 뇌의 어떤 영역이 생쥐가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서열 정보를 처리하고 전진할지 후퇴할지 결정하는지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콜 박사는 "이 연구는 생쥐가 위계와 관련된 내·외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처음으로 밝혀냈다"며 "이 결과는 생쥐가 행동하기 전에 뇌에서 서열에 기반한 결정이 내려지고, 고정된 행동 차이가 공격적이거나 유순한 쥐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Borak, N. et al., 'Dominance rank inference in mice via chemosensation',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5)0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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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