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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m 중고차'까지 등장…중국車업계, 출혈경쟁 속 시장왜곡 심화

기사입력 2025-05-29 16:33

[신랑재경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부동산처럼 '제2의 헝다' 나올까 우려…'전기차 1위' BYD마저 파격 할인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 자동차 산업에는 이미 '헝다' 같은 존재가 있다."

최근 중국 자동차회사 회장의 입에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인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언급되면서 업계가 충격으로 술렁였다.

비단 이러한 경고성 발언만이 아니라 세계 전기차 1위로 우뚝 올라선 비야디(BYD)의 파격 할인 소식과 편법으로 출고된 '가짜 중고차'까지 등장하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청(長城)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지난 23일 중국 매체 신랑재경과 인터뷰에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이 시가총액과 주가를 올리는 데만 너무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자동차 산업에 '헝다'가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위기가)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문어발식 무리한 확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약 443조원)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로 기록된 헝다는 2021년 경기 둔화 속 자금난으로 파산했고, 그때부터 침체에 빠진 중국 부동산 경기가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웨이 회장은 이어 "몇 년 사이에 22만위안(약 4천200만원)짜리 차 가격이 12만위안(약 2천300만원)까지 떨어졌다"면서 "10만위안(약 1천9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추고도 품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가 가격경쟁으로 원가 절감 압박이 심해지면서 품질, 수익성, 공급망이 전부 위협받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공개 석상에서 작심 발언을 종종 해온 웨이 회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업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면, 내가 욕먹는 것은 괜찮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그의 폭탄 발언에 BYD의 30%대에 달하는 할인 소식까지 맞물리며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업계 안팎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BYD는 다음 달 말까지 자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22종을 대상으로 최대 34%의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할인은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테슬라나 폭스바겐 같은 해외 브랜드들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해외 브랜드들은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중국 내 점유율 일부를 사실상 포기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BYD 주가는 장중 한때 8.3%까지 급락했고 리오토, 창청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동종 업계 주가도 5% 이상 하락했다.

자동차 가격 경쟁이 중국 내 소비 부진과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자동차 재고는 350만대로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 누적과 판매 실적 압박은 시장 왜곡으로 이어졌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과도 같았던 '주행거리 0㎞의 중고차' 판매 관행이 폭로되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또 다른 왜곡된 단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실제 운행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로 판매하는 수법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편법은 존재해 왔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내세운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보조금 정책과 업체들의 재고 처리 부담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웨이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중국 내 중고차 판매 사이트에 이런 중고차를 취급하는 업체가 3천곳에서 4천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중국 내부에서는 무리한 확장과 왜곡된 유통 구조 속 이른바 '부실 성장'을 해온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분위기다.

논란이 잇따르자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7일 BYD와 둥펑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중국자동차유통협회(CADA), 중고차 판매 플랫폼 관계자들을 소집해 좌담회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0km 중고차' 사태를 포함한 중고차 유통 전반에 대한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50여곳 중 BYD, 리오토, 세레스만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 20일 보도하기도 했다.

SCMP는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4월 평균 16.8%의 할인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평균(8.3%)의 두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라고 밝혔다.

suk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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