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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례적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주주의 복원'을 내세우며 결집을 시도하고 있고, 보수 진영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반감 정서를 조직화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사전투표율은 양 진영의 감정 에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30일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사전투표율은 2022년 대선 당시 36.93%였다. 이 같은 참여 열기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최종 투표율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2020년 총선 사전투표율은 26.69%였지만, 최종 투표율은 66.2%에 그쳤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은 사전투표율 26.06%에서 최종 투표율이 77.2%로 급등했다. 사전투표율은 유권자 참여 열기를 가늠하는 데이터일 뿐,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결정적 도구는 아니다. 특히 사전투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젊은층과 본투표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간 정치적 성향 차이를 고려하면, 시점에 따라 투표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선 '불법 계엄 심판'과 '반(反)이재명 정서'라는 상반된 프레임이 충돌하고 있다. 이 같은 선거에선 유권자의 선택이 기표소에서 어떻게 발현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이런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27일 후보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여성의 신체 일부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한다면 여성 혐오냐"라고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인터넷 도박 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고 알려진 댓글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진보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나, 자해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여성 유권자뿐 아니라 중도층에게도 "이준석도 기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다"는 강한 거부감을 안겼다.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탈표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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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