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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사전투표율 열기…분노일까, 반감일까

기사입력 2025-05-31 09:44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별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2025.5.30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선거에서 투표율은 변수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투표율은 후보·정당의 조직력, 이슈 동원력, 유권자 정서를 반영한다. 높은 투표율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암시하거나, 핵심 지지층의 결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2017년·2022년 대선은 정권 심판 프레임이 작동했다. 투표율은 상승했고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반면 정권교체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2007년 대선에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처럼 투표율은 유권자의 정치적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례적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민주주의 복원'을 내세우며 결집을 시도하고 있고, 보수 진영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반감 정서를 조직화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사전투표율은 양 진영의 감정 에너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30일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사전투표율은 2022년 대선 당시 36.93%였다. 이 같은 참여 열기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최종 투표율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2020년 총선 사전투표율은 26.69%였지만, 최종 투표율은 66.2%에 그쳤다. 하지만 2017년 대선은 사전투표율 26.06%에서 최종 투표율이 77.2%로 급등했다. 사전투표율은 유권자 참여 열기를 가늠하는 데이터일 뿐,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결정적 도구는 아니다. 특히 사전투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젊은층과 본투표를 선호하는 중장년층 간 정치적 성향 차이를 고려하면, 시점에 따라 투표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선 '불법 계엄 심판'과 '반(反)이재명 정서'라는 상반된 프레임이 충돌하고 있다. 이 같은 선거에선 유권자의 선택이 기표소에서 어떻게 발현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이런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젓가락 발언'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27일 후보 TV 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여성의 신체 일부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한다면 여성 혐오냐"라고 질문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인터넷 도박 사이트 게시판에 올렸다고 알려진 댓글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진보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나, 자해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여성 유권자뿐 아니라 중도층에게도 "이준석도 기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다"는 강한 거부감을 안겼다.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탈표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은 정책 대결보다는 감정 대립으로 수렴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헌정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결과를 가늠하긴 어렵다. 특히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 혐오와 민주주의 회복의 절박함이 교차하고 있다. 투표율은 유권자 정서의 방향과 강도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다. 하지만 최종 투표율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가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jongwoo@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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