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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50)에티오피아 전통커피 '분나 마프라트'를 맛보다

기사입력 2025-06-09 07:54

(아와사<에티오피아>=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휴양지 아와사의 한 리조트 뷔페식당에 차려진 전통 커피 세리머니 '분나 마프라트'와 전통 의상을 입은 종업원. 2025.6.9 sungjin@yna.co.kr
(코체리<에티오피아>=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시골마을 코체리에서 체험한 진짜 전통 커피 세리머니 '분나 마프라트'와 시골 아낙네. 2025.6.9 sungjin@yna.co.kr
(코체리<에티오피아>=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시골마을 코체리에서 한 주민이 소반 같은 곳에 전통 커피 '분나'를 담아 서빙하고 있다. 2025.6.9 sungjin@yna.co.kr
(코체리<에티오피아>=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남부 시골마을 코체리에서 마신 전통 커피 '분나'. 2025.6.9 sung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겹친 3년의 특파원 시절 홀로 지낸 기간이 1년 남짓하다.

혼자 드는 아침 식사로는 뜨거운 커피 한 잔과 천 원 남짓 되는 빵 꾸러미 안에 6개나 든 주먹만 한 마트 빵이 든든한 한 끼였다.

역시 현지에서 저렴한 아보카도 한 개를 곁들여 먹으면 가성비 좋은 식도락이 따로 없었다.

당시 케냐 커피를 드립으로 내려 많이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당시 에티오피아 북부가 분쟁지역이기도 해서 왠지 손이 잘 안 갔던 거 같다.

귀국해서는 말라위 커피도 전직 한인회장에게 선물로 받아 마셔봤는데 꽤 괜찮았다.

깔때기로 물을 내리고 남은 원두 모양이 꼭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땅처럼 느껴졌다.

정작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커피는 에티오피아 커피다.

에티오피아는 커피 종주국을 자부한다. 커피는 에티오피아 제1의 수출품이다.

유명한 이르가체페(Yirgacheffe) 원두를 생산하는 이들의 '커피 자부심'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는 '예가체프'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지 발음은 이르가체페에 가깝다.

에티오피아에는 '분나 마프라트'로 불리는 전통 커피 세리머니도 있다.

'분나'는 에티오피아 암하릭어로 커피를, '마프라트'는 요리를 뜻한다.

즉, 커피를 준비한다는 의미로 손님에게 커피를 대접하는 의식이다.

지난 5월 말 에티오피아 기후변화 관련 출장을 계기로 말로만 듣던 분나 마프라트를 마침내 체험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남부 휴양지 아와사의 한 리조트에서 묵었는데 마침 아침 조식 뷔페에서 전통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밝은 전통 의상을 입은 종업원이 뷔페식당 한켠에서 아로마 연기를 가득 올리며 검은 주전자 같은 곳에 담긴 커피를 소주잔보다 조금 큰 잔에 따라줬다.

향을 피워주는 것은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다.

처음 맛본 에티오피아 전통 커피는 약간 우리 한약과도 비슷한 색깔에 부드러운 바디감으로 다가왔다.

웬만한 호텔에서는 분나 마프라트를 즐길 수 있다.

또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거리나 뒷골목을 갈 때도 이런 분나 마프라트용 잔들이 놓이고 시민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인의 삶에 녹아들어 있다.

하긴 우리나라도 카페 수가 치킨점보다 더 많고 자영업자 창업 아이템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커피와 한국인의 일상생활도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가 없다.

한국 산림청이 커피 혼농임업 시범사업을 한 곳에서도 시골의 분나 마프라트를 경험했다.

커피 농협단지에서 탁자에 죽 둘러앉아 커피를 맛봤다.

그런데 커피 커피 맛이 짠 것이었다. 이른바 '솔티 커피'였다.

예상치 못한 짠맛에 표정을 좀 찡그리자 소금을 안 탄 것을 원하냐며 예의 맛인 커피를 주둥아리가 좀 깨진 투박한 잔에 내줬다.

주민들의 신명나는 전통 노래와 춤과 곁들여 마시니 소박하면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이곳은 이르가체페 원두 생산지와 가까웠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커피생산 벨트 고도가 더 높아지면서 세련된 맛에 '커피의 귀부인'으로 알려진 이르카체페 원두 성분도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기후변화는 우리가 늘상 마시는 커피 맛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ungj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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