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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실패의 증거·성공의 설계도" 예비 농업인에 조언
[※ 편집자 주 =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농작물을 경작하는 스마트팜은 누구나 안정적으로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파머(Smart Farmer)는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격주 단위로 10회에 걸쳐 전남지역의 스마트 파머를 소개합니다.]
(영암=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품종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단감을 재배하는 것이 제 '감길 인생'(감+외길 인생)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전남 영암군 도포면 산골짜기에서 '젊은농부농원'을 운영하는 대표 박문수(38) 씨는 올해로 영농 16년 차에 접어든 청년 농업인이다.
농업 관련 대학교를 졸업한 뒤 우연히 맛본 떫은 감의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에 이끌려 2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농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은 2만3천여㎡(약 7천200평) 규모 과수원에서 국내 신품종 단감과 떫은 감을 매년 150t가량 생산하는 어엿한 농부로 성장했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박씨가 감나무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를 졸업한 23살 무렵.
성공한 청년 농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패기 어린 마음에 여러 농촌 도시를 다니다가 연고가 없는 영암으로 무작정 귀농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라 아무런 기반도 없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대출받은 3억5천만원으로 토지부터 매입했다.
대학에서 공부한 농업 이론은 빠삭했어도 경험이 없어 연거푸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품종별 수익성을 분석하고, 국내에서 육성한 단감 신품종을 심어 경험을 쌓았는데도 하루가 멀다고 변덕을 부리는 날씨로 병해충을 달고 살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떠올린 것이 그의 좌우명과 스마트팜이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는 좌우명으로 당시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감나무 품종과 우리나라 신품종을 직접 재배해 비교 분석했다.
일본 품종보다는 과실이 두툼하고 당도도 비교적 높은 감풍·원추·온누리·봉황 등 국내 단감 신품종을 주로 재배하기로 했고, 기후에 따른 특성을 날마다 기록했다.
온도, 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자동화 농업 설비는 갖추지 못했지만, 시행착오 과정에서 영농일지 역할을 대신해주는 자신만의 농업 방식을 구상했다.
사시사철 변하는 기온·습도·일조량 등의 환경 데이터를 컴퓨터에 자료로 남겼고, 이 값을 토대로 시기별 병충해 대처 방법도 마련했다.
발생 시기, 방제 효과도 분석해 토양 상태별 감나무 생육 조건을 파악해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환경 조건을 자료화했다.
박씨는 "탄저병을 예로 들자면 어떤 시기, 어떤 날씨에 발생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분석을 통한 스마트 농업을 구현한 셈이다"고 말했다.
체험, 기록, 분석으로 요약되는 그의 농업 방식은 외부에서도 주목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박씨는 2023년 한국과수대전 단감 신품종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떫은 감 '갑주백목'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산림청이 선정한 '이달의 임업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유기농으로 수확한 감을 도매시장,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새로운 가공품 생산을 위한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단감 동결 건조 칡, 감말랭이, 감식초 등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교육도 수강하고 있다.
박씨는 "농업은 결국 경험과 데이터를 쌓는 싸움"이라며 "기록은 실패의 증거이자 다음 해 성공의 설계도"라고 강조했다.
귀농을 고민하는 예비 청년들에게는 "농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기록을 남기고 질문을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고 조언했다.
dau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