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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와!'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5-06-30 10:19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영주의 여우생태관찰원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토종여우 복원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특정 시간에 맞춰 가면 전문해설사와 동행 아래 생태학습장을 탐방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미쉐린 그린가이드가 유일하게 국내 길 중 별점을 준 길을 걷고, 녹음 짙은 풍경에 국내 최고의 약수를 마신다. 예스러움 가득한 고택을 누비며 선비의 삶을 느끼고, 멸종 위기의 여우와 조우. 올 여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비움과 채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봉화와 영주'로 떠나보자. '와~' 절로 나오는 짧은 외마디 탄성과 함께 익숙했던 공간은 특별한 장소가 된다.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범바위전망대에서 본 낙동강과 국도 35번길. 국도35번길은

미쉐린 그린가이드가 유일하게 국내 길 중 별점을 준 길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국내 유일' 미슐랭 경관길 35번국도

영주와 봉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눈부시게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길지 않았다. 지나친 한국스러움과 자신의 매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겸손함은 어느 순간부터 '미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지며 감각의 혼란이 최고의 즐거움으로 떠오른 시대적 분위기는 영주와 봉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영주와 봉화는 그래서 매력적인 곳이다. 조용한 지역 소도시의 편안함과 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첫 여행의 시작은 봉화다. 이곳엔 특별한 길이 있다. 미쉐린 그린가이드 한국 편에서 국내 길 중 유일하게 별점을 받은 국도 35번 주위의 예던길. 이곳은 퇴계 이황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길이다. 은퇴 후 노년에도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고, 그가 세상을 뜬 후에는 많은 후학들이 옛 스승이 다니던 길을 따라 걸었다. 예던길은 퇴계 선생이 봉화 청량산을 오가던 길을 복원한 길이다. 흔히 보는 시골길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퇴계 이황의 숨결은 그저 그랬던 공간을 장소로 만들었다. 예던길에선 그저 걸었을 뿐인데, 머릿속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성과 중심의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비움을 실천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봉화의 오전약수관광지는 조선 성종 때 어떤 보부상이 발견한 약수로 당시 조선 팔도의 초정 약수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인정받은 곳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국내 최고' 오전약수관광지

봉화면 오전리에서는 국내 최고의 약수를 만날 수 있다. 마음의 무거움을 비웠으니, 오전약수관광지의 시원한 약수 한 사발이 간절하다. 오전약수관광지는 조선 성종 때 어떤 보부상이 발견한 약수로 당시 조선 팔도의 초정 약수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인정받았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봉은 오전약수를 가리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칭송했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연중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약수로 꼬아 만든 닭백숙을 즐기고 있다. 1985년 관광지로 지정됐다. 오전리는 봉황산 밑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봉황이 오동나무를 좋아하고 죽실을 먹고 산다고 해 오전(梧田)이라고 불렸다. 봉화군은 오전리를 즐거움이 가득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2020년부터 오전약수관광지 내에 보부상을 테마로 한 보부상 정원을 조성하고, 달·토끼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더했다. 관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오픈한 봉화객주(카페)는 화덕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카페 안에는 차를 마시며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반도 동서를 연결하며 경북 울진에서 서해 태안까지 이어지는 849㎞의 동서트레일 중 47구간 거점마을이기도 하다. 동서트레일은 숲길로 배낭여행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숲길로 조성되었다. 동서트레일 47구간은 총 14.86km로 이용등급은 평균 보통 수준의 길이며 숲길과 마을, 관광지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봉화정자문화생활관에는 누정에서 바라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출한 감성 영상공간과 봉화 10대 누정인 경체정, 청암정, 석천정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시젠제공=지엔씨21
'국내 유일'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정자가 있었다. 봉화군은 누각과 성자가 약 103좌에 이르는 우리나라 누정의 중심지다. 2022년에는 국가유산청이이 16세기에 지어진 봉화의 정자 '청암정'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하는 등 전국에서 누정이 가장 많고 또 잘 보존된 곳이다.


봉화군에는 국내 유일의 누정 테마 전시관이 있다. 전통 누정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만들어진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이다. 천혜의 자연 풍경에서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자연과 마주하며 진정한 쉼을 느낀다. 벙화정자문화생활관에서는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단아한 멋을 보여주는 누정전시관과 야외정원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누정에서 바라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출한 감성 영상공간과 봉화의 10대 누정인 경체정, 청암정, 석천정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고 있어 볼거리가 다채롭다. 전시관 2층에 있는 카페 '누정오경'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의 야외누정과 탁 트인 풍경을 배경 삼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영주의 대표 무섬마을인 수도리에는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전통 보존' 영주 무섬마을

비움과 쉼을 즐겼다면 이제는 채움의 시간이다. 봉화를 거쳐 영주의 무섬마을인 수도리로 향한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은 곳을 말한다. 영주의 대표 무섬마을인 문수면 수도리는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안고 흐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듯하다. 배산임수의 명당 중 명당으로 이곳에 들어서면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수도리는 고택과 정자가 어우러진 전통마을이라는 점에서 특별함을 더한다. 게다가 쉽게 보기 힘든 이색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있고 소나무,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나지막한 산들이 이어진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구조와 크기의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온 특유의 분위기는 바쁜 현대사회에서 메말랐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다.


외마디 탄성, 시간 여행지 '봉화·영주'…명품길에서 마주친 예스러움에 '…
◇영주 선비촌은 옛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한 곳으로 마을 내에서 하룻밤 머무르며 옛 선비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 숙박체험을 비롯해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하다. 사진제공=지엔씨21
'비운 채움의 시간' 선비촌

학문과 풍류 중심으로 한 선비 문화의 정수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있다. 영주의 선비촌이다. 영주는 예로부터 학문과 예를 숭상했던 선비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선비촌이 조성된 순흥은 국내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이며, 유교 문화 발상지인 영주 순흥 소수서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비촌은 영주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했으며 그들의 정신을 담은 수신제가, 입신양명, 거무구안, 우도불우빈의 4가지 구역으로 조성됐다. 마을 내에서 하룻밤 머무르며 옛 선비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 숙박체험과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하다. 숙박체험은 김상진 가옥, 해우당 고택, 인동장씨종택, 두암고택, 김문기가, 만죽재 등에서 진행된다. 전통문화체험은 강학당에서 진행되며, 한지공예, 염색, 규방 체험 등이 있다. 선비촌 및 소수서원은 입장권 한 장으로 전체 관람할 수 있다.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인근의 여우생태관찰원을 찾는 것도 좋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토종여우 복원을 위해 2016년 11월 5일 영주시 태장리에 개관한 곳으로 현재 종복원기술원에서 운영 중이다. 정해진 시간(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오후 4시)에 맞춰 전문해설사와 동행 아래 생태학습장을 탐방할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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