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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여름철 화재 대비 강화·대피 방법 메뉴얼화·교육 필요"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박성제 기자 =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남겨진 아동이 숨지는 비극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만 남겨진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소방설비, 화재 예방, 대피 매뉴얼 등 화재 예방사업을 손보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 부모 외출 뒤 참변…스프링클러 없는 아파트서 9일 만에 판박이 화재
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10시 58분께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초등학생 3학년과 유치원생 자매가 숨졌다.
화재 당시 부모는 집을 비운 상태였고 동생은 현관 앞 중문 앞에서, 언니는 거실 발코니 앞에서 발견됐다.
자매는 화재 20여분 전 엄마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고, 얼마 뒤 엄마가 집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부산진구 한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10살, 7살 자매가 숨진 지 불과 9일 만에 발생했다.
총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두 화재는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데 중요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진구 아파트는 1994년, 기장군 아파트는 2007년 준공했는데,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었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1990년 6월 16층 이상 층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11층 이상 층,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건축물 전체로 확대됐다.
그러나 법 제정 전 건축된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이번처럼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의 저층인 경우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예전 기준으로 건설된 노후 아파트는 많은 전력을 써야 하는 오늘날의 전자 제품을 감당하지 못해 화재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며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해도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지능형 화재감지기 사업 고령층에 치중·주택 화재 대피 교육도 전무
두 화재 모두 부모가 야간에 외출한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아동만 남겨지는 상황을 막는 돌봄 공백도 최소화해야 하겠지만 부모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동만 남겨질 경우에 대비해 관련 화재 대응 매뉴얼도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없는 주택일수록 아동만 남겨질 경우를 대비해 지능형(알림형) 화재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화재 극초기 연기 등이 감지되면 보호자의 휴대전화기로 알람이 전송되는 지능형(알림형) 화재경보기 사업은 현재 지자체마다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재를 감지해 119로 바로 신고해주는 정부사업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또한 홀몸 어르신 가구 대상으로 한정돼 있다.
전문가는 폭염이나 한파 등 화재가 빈번한 시기 냉난방기 관리 점검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상일 교수는 "주택 화재는 여름철과 겨울철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냉난방기 사용 시 과열 등으로 화재 위험이 높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특히 아동만 남겨두고 외출 시 부모가 화재 안전 점검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매뉴얼을 지자체나 소방에서 발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 대피 매뉴얼도 제작되고 관련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번 기장 화재에서 숨진 자매는 발견 위치상 대피하려다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동규 동아대학교 재난관리학과 교수는 "학교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교육은 진행되지만, 가정에서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불이 났을 때를 가정한 규은 없다"며 "맞춤형 훈련이나 대응 방법 교육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