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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런던 금융시장에서 유로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대흥행을 기록해 외환당국이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불과 90분 만에 주문이 쏟아지면서 발행자로서는 이자 비용에 해당하는 발행금리를 두차례 떨어뜨리기도 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을 두번이나 올렸다는 뜻이다.
이번 발행에서는 3년 만기와 7년 만기에 각각 7억 유로씩 배정됐다.
3년·7년물 모두 최초금리를 다소 보수적으로 내놓은 탓에 흥행 리스크가 있었지만, 접수를 개시하자 1시간30분만에 100억 유로 넘게 주문이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최초 제시한 가산금리는 3년물 0.40%포인트, 7년물 0.70%포인트였다. 기재부는 기대치를 넘어서는 주문에 곧바로 금리를 0.07%포인트씩 떨어뜨렸다.
투자자에게는 수익률에 해당하는 발행금리가 낮아졌는데도, 주문이 200억 유로 규모로 빠르게 늘어나자 기재부는 다시 금리를 하향 조정하면서 3년물 0.25%포인트, 7년물 0.52%포인트로 끌어내렸다.
극히 이례적으로 금리를 두차례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과 신용등급이 비슷한 홍콩 정부가 최근 발행한 8년물 유로화 채권(0.75%포인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통은 금리를 떨어뜨리면 일부 주문이 철회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계속 주문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있었다"며 "최초 제시한 금리에서 0.15%포인트 이상 낮추며 연간 이자 비용도 30억원 이상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발행자가 '갑'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어느 투자자에게 얼마씩 배정하느냐를 놓고 고심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로화 외평채 흥행에는 새 정부 출범 직후의 정책 기대감이 이어지는 시점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출입은행(7억5천만 유로)과 기업은행(10억 달러)에 이어 이번 외평채까지 한국물 발행이 원활하게 이어지는 데에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설명된다.
원화표시와 외화표시 채권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시점이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미뤄진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국채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런던 로드쇼' 타이밍도 절묘했다.
지난달 24일 이란-이스라엘 휴전 협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에 투자자 설명회를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외평채 발행한도는 35억 달러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번 유로화 발행분(14억 유로·16억 달러)을 제외한 잔여한도(19억 달러) 내에서 추가로 외화 외평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j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