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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이르면 내년부터 만 14세 이상 청소년은 부모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동의해야만 비(非)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7일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미성년자 대상 DTC 유전자 검사 가이드라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미성년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유전자 정보의 오남용을 막고자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운 가이드라인 도입을 추진한다.
이번 연구는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이 규제 불확실성으로 성장이 더디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관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행 규정상 미성년자 대상 검사 항목을 인증받으려면 '미성년자 대상 연구 논문'을 제출해야 하지만, 관련 연구가 매우 부족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 만 14세 이상, '자기 결정권' 존중…보호자 동의만으론 불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연령'과 '동의 주체'를 명확하게 한정한 데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 주체가 스스로 개인정보 처리에 동의할 수 있는 나이인 '만 14세'를 미성년자 DTC 검사의 기준 연령으로 제시했다.
특히, 검사를 위해서는 미성년자 본인과 법정대리인(보호자) 모두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과거 법정대리인의 동의만으로도 검사할 수 있었던 시범사업과 비교해 미성년자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대폭 강화한 조치다.
보고서는 유전자 정보의 주체인 미성년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비만·혈압 등 건강 관리 항목 'OK', '외모·지능' 관련 항목은 퇴출
검사 항목은 '미성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전문가 위원회는 비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한 항목은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반면, 탈모·피부색 등 외모 관련 항목이나 니코틴·알코올 대사 능력처럼 미성년자에게 불필요하거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항목은 제외된다.
유전자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유전자 결정론'적 오해를 막고, 검사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심리적 부작용과 또래 집단 내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가칭 '미성년자 대상 DTC 유전자 검사 항목 선정위원회'를 신설해 항목을 별도로 심의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 검사 전후 교육·상담 의무화…'결과 불신' 오해도 바로잡는다
새 가이드라인은 미성년자와 보호자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도 중점을 뒀다. DTC 유전자 검사의 신뢰도는 100%가 아니며, 질병의 진단이나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시키기 위한 '검사 전 교육' 절차가 필수로 포함될 예정이다.
검사 결과를 전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와 대면 또는 유선 상담을 통한 설명 과정을 필수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정부는 향후 시범사업을 통해 미성년자들이 검사 이후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영향 등을 설문조사로 추적·관리하며 제도를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sh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