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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3.0] 이주여성 자립 돕는 마을기업 CEO 장춘화씨

기사입력 2025-07-07 08:09

[촬영 장아름]
[장춘화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촬영 장아름]
문화 차이·출산 경력 단절로 우울 경험…일자리로 자존감 회복

"양질의 일자리와 연대로 당당하고 행복한 엄마 만들어주고 싶다"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출산·육아를 하며 우울증을 겪잖아요. 문화도 다르고 친구도 없는 다문화 여성들은 더 많이 힘들어하죠."

중국에서 온 장춘화(48)씨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던 중 남편을 알게 돼 2004년 광주로 이주, 인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에게는 할머니의 나라인 한국이 친숙했고 한국어도 유창했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24시간 육아에 지쳐 누가 딱 한 시간이라도 쉬게 해줬으면 싶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남편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왜 한국에 왔을까 원망과 후회가 깊어질 무렵 광주 서구 가족센터에서 다른 이주여성 친구들을 만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장씨는 "가족을 위해 살지만 나만의 일이 없다는 공허함과 우울함이 겹쳐 원형 탈모가 생겼던 때"라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여행이나 외식할 일이 적었는데 센터에서 친구와 밥을 먹고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다문화 엄마들과 함께 공동 육아를 하며 자존감도 높일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장씨는 "아이 유치원 친구 엄마 중에 식당이나 외국어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기본 급여를 못 받는 이들이 있었다"며 "12명이 모여 마을기업 공동체를 만들고 드라이플라워를 제작·판매하는 꽃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세무공무원과 무역회사 회계직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보라는 서구청 복지 공무원과 센터 관계자들의 격려와 지원에 힘입어 2016년 '한누리꽃담'을 설립했다.

회원 4명의 안정적인 인건비 창출을 첫 목표로 삼고 일하면서 다문화 전래동화책 번역·녹음, 취업·창업 교육 등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도 꾸준히 함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훼 매출이 뚝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문화 음식점 업종에 추가로 도전했다.

그 결과 연간 6억여원의 매출을 내며 정규직 8명에게 월평균 240여만원을 지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문화 여성들의 취업과 창업 컨설팅도 하면서 10년간 26명의 사회 진출을 도왔다.

2022년 전국 우수마을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2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뒤 올해는 마을기업 최고 등급인 모두애마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씨는 기부와 다문화정책 자문 참여 등 지역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나눔은 부자가 돼서 하는 것보다 콩 한 알을 나눠 먹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육아를 하면서도 틈틈이 봉사를 실천했다.

중국어 강의와 도서관 지킴이 봉사 등 공공기관에 등록된 봉사 시간만 460시간 이상이고 한누리꽃담 법인 차원의 기부도 10년간 1천600만원이 넘는다.

얼마 전에는 서구 가족센터가 이전하자 초기 정착 때 받은 고마움을 돌려주고 싶어 후원금을 전달하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장씨는 "경험자로서 다른 사람들은 덜 힘든 길을 가도록 돕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점도 좋다"며 "결혼이민자와 자녀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의 제안과 노력으로 한국어 교육·산후도우미 등 초기 정착 정책은 잘 갖춰졌다고 생각한다"며 "그다음은 삶의 질이다. 이제는 이주여성들과 자녀들이 자존감과 만족도를 갖고 이 땅에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장씨는 "마을기업과 같은 공동체가 더 많이 생겨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이 기대거나 성장할 수 있는 비빌 언덕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areum@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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