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클리 건강] 트럼프 진단 `만성정맥부전`…"다리 붓고 무거워지면 의심"

기사입력 2025-07-19 08:48

[자료 이미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성모병원 제공]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리가 붓는 증상으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만성정맥부전'(CVI, Chronic Venous Insufficiency) 진단을 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만성정맥부전은 심장 쪽으로 흘러야 할 정맥 혈액이 다리에 고이면서 붓고 아픈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혈액을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할 판막이 고장 나 아래로 역류하는 것이다.



◇ 노인 25%가 '만성정맥부전'…"오래 서 있는 생활 습관이 원인"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진단으로 만성정맥부전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질환은 우리 주변에서도 낯설지 않다.

대한정맥학회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노인 인구 4명 중 1명 이상이 경증 이상의 만성정맥부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가량 더 많고, 40대 이후 중장년층부터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임신 및 출산을 경험한 여성, 간호사·교사·판매직 등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증상은 오후만 되면 다리가 부으면서 무거워지고, 밤에 종아리 근육이 저리거나 쥐가 나는 게 대표적이다. 발목 주변 피부가 검게 변하거나 가렵고, 미세한 모세혈관 확장이나 피부 궤양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일상에서 단순한 피로감으로 착각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맥부전이 정맥 깊숙이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각 증상이 조기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신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발목 근처 다리 아랫부분에 가벼운 붓기를 느낀 후 바로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의 이상 증상에 그만큼 민감했다는 얘기다.

◇ 하지정맥류가 대표 질환…혈관이 포도송이처럼 부푼 게 특징

만성정맥부전을 가볍게 생각해 방치하면 부종으로 인한 다리의 무거움증, 운동장애, 관절운동의 이상 등과 같은 증세를 겪을 수 있다. 신경 압박에 따른 저림이나 감각 이상, 심한 통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또 상태가 심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리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정맥 순환이 정체돼 '하지정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피부가 딱딱해지면서 일명 '코끼리다리'(상피증)가 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심부정맥혈전증(DVT)으로 진행해 폐색전증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하지정맥류는 정맥부전을 대표하는 질환이다. 다리에 푸른 핏줄이 보이거나 혈관이 포도송이처럼 꼬이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특징이다.

보통 피부를 통해 보이는 정맥의 지름이 3㎜ 이상일 때를 하지정맥류로 진단한다.

하지정맥류는 임신기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호르몬 변화와 커진 자궁에 의한 혈관 압박 등이 원인이다. 그 외에 유전, 비만, 폐경, 노화, 배에 힘을 주는 운동 등도 정맥류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 초음파검사로 진단…압박 스타킹 등으로 관리하면 증상 개선

정맥부전은 정맥의 역류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로 비교적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보통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를 피하면서, 정맥부전이 생긴 부위에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근육을 압박해 혈관을 수축하는 힘이 세지게 함으로써 혈액이 심장으로 다시 올라가도록 돕는 것이다.

스타킹은 길이를 무릎 아래 정도로 하고, 잠잘 때를 제외한 일상생활 동안 지속해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쉴 때 다리를 올린 채로 발끝을 얼굴 방향으로 당겼다 폈다 하는 운동을 반복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이외에 약물을 복용하거나 경화요법을 검토할 수 있다. 경화요법은 경화제라는 약물을 주사해 문제가 생긴 정맥을 폐쇄시켜 다른 건강한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레이저, 고주파 열에너지 등으로 이상이 생긴 정맥이나 늘어난 정맥을 없애는 수술 치료법도 있다.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안상현 교수는 "약간 튀어나온 정도의 하지정맥류가 심해지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리고, 그것도 100명 중 한명 정도만 악화하는 만큼 증상이 없다면 대개는 치료할 필요가 없다"면서 "만성정맥부전은 치료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평소 적정 체중 유지하고, 2∼3분마다 다리 운동하면 예방 효과

전문가들은 만성정맥부전을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김장용 교수는 "무엇보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평소 가볍게 걷는 운동이나 수영을 통해 다리 근력과 정맥벽을 강화하면 정맥부전 예방에 좋다"면서 "이때 허리, 엉덩이, 허벅지 부위가 너무 조이는 옷이나 속옷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너무 오래 서 있지 않도록 하되 불가피하게 장시간 서 있을 때는 2∼3분마다 교대로 한쪽 다리를 올렸다가 내리는 운동을 하는 것도 정맥부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구부리기, 펴기, 돌리기 등의 다리 운동도 정맥혈의 순환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안 교수는 "30분 내지 1시간마다 한 번씩은 고정된 자세를 벗어나 움직여야 한다"면서 "이때 물을 마시거나 까치발 걷기 등을 잠깐씩 해주면 혈액 순환에 좋다"고 조언했다.

가족력이나 임신 등으로 정맥부전이 생길 가능성이 큰 사람은 고탄력 압박스타킹을 예방적 목적으로 미리 착용하면 효과적이다.

식생활에서는 소금 섭취를 줄이고 섬유소가 많은 곡물, 신선한 채소 또는 과일 등을 즐기면 변비를 예방하고 과도하게 복압이 상승하는 것을 막아 정맥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bio@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