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힘이 느껴지는 말의 얼굴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1959년생 작가의 거칠고 단단한 인생과도 많이 닮았다. 말의 얼굴인데 작가의 자화상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화가로 살아온 장효진 작가. 그는 과거를 회고할 때 자신의 예술 세계에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1980년대에 미대 입학 후 민주화의 바람 속에서 사회 문제를 담은 작품들을 제작했다가 전시 중지와 작품 압수라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던 것이고, 두 번째는 결혼과 함께 생계전선으로 뛰어든 미술학원에서 어린이들의 그림이 가진 천진한 예술성을 발견한 것이다.
장효진의 작품 속에는 민중미술에서 볼 수 있던 강렬한 색과 굵은 선이 살아 있고, 아이처럼 대상을 느낀 그대로 표현하는 자유분방함도 엿보인다.
말의 초상 연작이라고 부를만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표정이 모두 다르다. 특히 기분 좋게 웃는 눈, 슬픈 눈, 때로는 날카로운 눈빛 등등 모두 다른 눈을 하고 있다. 웃는 눈 중에서도 어떤 것은 해맑고, 어떤 것은 처연하다. 세밀한 감정이 읽혀지는 것은 말과 작가의 교감이 깊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렛츠런파크 서울 내 포니랜드에서 공방을 운영했던 이력이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이 뚝 끊기면서 홀로 작업실을 지키는 동안 그를 매일 작업실로 이끌었던 것은 공방 옆에 자리한 마구간의 말 친구들이었다.
"아침마다 수강생 없는 공방으로 출근하면서 따로 챙겨 온 당근을 건네며 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중에는 직장 동료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운을 뗀 장 작가는 "많은 화가들이 가족이나 친구의 초상을 남기듯 저도 그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시작한 작가와 말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