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맞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중전 전술을 펼쳐 화제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육군 항공 11여단은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야크-52(Yak-52) 프로펠러 항공기를 투입해 지난해에만 총 120대의 드론을 산탄총과 소총으로 격추했다. 한때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한 사수는 "지금은 첨단 기술이 넘쳐나는데, 나는 여전히 조종석 밖으로 몸을 내밀고 산탄총으로 드론을 쏘고 있다"며 자신이 직접 격추한 드론만 60대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공중전 전술을 연상시킨다.
야크-52에는 레이더조차 없어 조종사는 무선 지시만 받은 뒤 직접 눈으로 드론을 포착해 접근해야 한다.
사수들은 드론과 불과 60~90미터 거리까지 접근한 뒤 조종석 덮개를 열고 사격을 가한다.
한 사수는 "말 위에서 총을 쏘는 것과 같다"고 묘사했다.
'원시적' 전술이지만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11여단 부지휘관 미콜라 리하츠키 대령은 "이런 전술만으로도 하루 평균 드론 격추의 10~12%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은 영국이 과거 사용했던 전술을 재활용해, 항공기의 날개로 드론을 밀어 궤도를 이탈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드론에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해 직접적으로 프로펠러 항공기를 조준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가미카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11여단 지휘관 코스탠틴 오보린 대령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