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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복부대동맥류(Abdominal Aortic Aneurysm, AAA)는 혈관이 서서히 확장되다가 파열되면 사망률이 60%를 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고, 파열 직전이 되어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60세 이상 남성의 약 4~8% 발생하며, 인구 고령화와 함께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수술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질환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환자들의 혈청 CRP 수치와 조직 내 염색 정도를 기준으로, 환자를 CRP 침착이 많은 그룹(High-CRP)과 적은 그룹(Low-CRP)으로 나눴다. 그리고 'CODEX'라는 고해상도 영상기법을 이용해 31가지 항체로 환자 조직을 염색해 분석했다. 덕분에 수십만 개에 이르는 세포를 한 번에 확인하고, 그 안에 어떤 면역세포와 기질세포가 얼마나 있는지, 서로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CRP가 많이 침착된 High-CRP군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M1 대식세포와 증식성이 강한 대식세포가 늘었고, 혈관을 이루는 평활근세포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또한 조절 T세포가 NK세포, B세포, 내피세포 등과 가까운 위치에 모여 있는 등, 면역세포 간 공간적 관계도 변화된 양상을 보였다.
CODEX 기술 덕분에 연구팀은 각 세포의 유형은 물론, 세포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까지 분석할 수 있었다. 특히 고해상도 이미지에서는 죽상경화 병변의 중심부에 조절 T세포, NK세포, 대식세포 등이 모여 있는 밀집 구조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복부대동맥류 환자에서 CRP 침착 정도에 따라 염증세포의 구성과 공간 배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준 첫 사례다. 연구팀은 이처럼 CRP가 질환 진행에 영향을 주는 핵심 면역 조절자로 작용할 수 있다면, 향후 이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라매병원 오세진 교수는 "C-반응 단백의 침착 정도에 따라 복부대동맥류 내 면역세포의 조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향후 CRP를 표적화하는 접근이 복부대동맥류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 우수신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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