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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더부룩하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배가 살살 아프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증상이다.
감정과 긴장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은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심리적 요인이 장에 불편감을 준다고 여겼지만, 최근 연구들은 뇌와 장이 신경·호르몬·면역 경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을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스트레스가 장운동과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나 대장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염증 유발해 장 질환 발병 위험 높여
장과 뇌는 서로 관련 없는, 독립된 기관처럼 보이지만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는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이다. 이것이 바로 장-뇌 축 이론의 핵심이다. 뇌는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장의 운동성과 분비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장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과 대사산물을 통해 뇌 기능에 영향을 준다.
특히 스트레스는 장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가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코르티솔(Corti 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에너지를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혈당을 높이고, 대사를 촉진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 인해 코르티솔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장의 연동 운동을 비정상적으로 항진시키거나 억제해 복통, 설사, 변비 등을 유발하고, 장 점막의 투과성을 높여 장벽을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장내 유해 물질이 혈류로 유입되면서 전신적 염증 반응이 촉발된다.
2012년 대한내과학회지 '스트레스에 의한 소화 생리학적 변화: 과민성 장증후군 발생과 관련하여'논문에 따르면,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타났고 호르몬의 불균형 및 이상 반응을 보였다. 해당 연구진은 만성 스트레스는 체내 자율신경의 지속적 과잉 반응을 유도해 기능성 소화관기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며, 이미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또한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군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비피도박테리움,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유익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반면, 일부 유해균의 증식을 촉진한다. 이런 변화는 장 점막을 약화시키고, 미세한 손상 부위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장내 염증은 장 상피세포의 DNA 손상을 촉진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용종을 거쳐 대장암으로 진행 위험을 높인다.
◇식습관 개선과 스트레스 관리 중요
따라서 대장암을 포함한 각종 장 질환을 예방하려면 식습관, 운동과 더불어 스트레스도 중요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신적인 안정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고, 장 점막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명상이나 심호흡, 요가와 같은 마음 챙김(Mindfulness) 활동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루 10분씩 조용히 앉아 깊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즐거워하는 취미 활동이나 사회적인 교류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구르트,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에 풍부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수를 늘려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양파, 마늘, 바나나, 해조류 등에 들어있는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좋은 먹이가 되어 이들이 잘 증식하도록 돕는다.
식사는 적은 양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인스턴트 식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육류 섭취는 장내 유해균을 늘리고 장 점막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간혹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한 날에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더부룩한데도 기름진 삼겹살, 튀김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적은 양의 밥에 된장국이나 김칫국 같은 가벼운 식사를 꼭꼭 씹어 먹는 것이 고기나 약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매년 9월은 대장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된 대장암의 달"이라며 "평소 스트레스 관리와 더불어,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천하는 것이 곧 대장암 예방의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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