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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면서 "싸움은 내가 하겠다"고 했던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개혁 입법을 사실상 맨 선두에서 이끌어 가고 있다.
이른바 '전광석화 폭풍' 개혁을 위한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지지 기반인 강경 지지층의 요구를 앞세워 이재명 정부 초반 국정 성과를 결정할 수 있는 여의도발(發) 개혁의 세부 내용과 추진 속도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 개혁이다.
당장 검찰청을 없애고 그 수사 기능을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두는 것에 대해서는 물밑에서 여전히 우려가 있으나 민주당은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행안부 산하'로 사실상 결론을 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행안부에 수사 기능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당정 간 한때 이견이 노출되자 지난달 29일 '중요 쟁점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주문했다.
이에 정 대표는 같은 달 31일 "일정 시점에 충분한 토론을 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이후 3일 뒤인 의총에서 바로 결론이 났다.
당시 의총에서 '법무부' 의견을 낸 의원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나, 강경 지지층과 의총장 분위기상 이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쉽지 않다는 말도 당내에서는 나왔다.
앞서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는 방안을 언급했다가 당 강경파로부터 "너무 나갔다"는 비판을 받고 바로 "당에 입법 주도권이 있다"며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놓고도 당과 대통령실 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지난 3일 손배 대상에서 정치인까지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으나 민주당은 5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도 다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해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입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 언론특위는 또 고의뿐 아니라 과실로 이뤄진 언론의 허위보도에도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지난달 "고의적인 왜곡을 하거나 허위 정보를 알린다면 신속히 수정하도록 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규연 수석은 "대통령 발언을 보면 언론이라는 표현은 안 썼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에 적용하는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경파가 속도를 내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개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지만, 내란특별재판부의 경우는 사법 개혁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 등도 이런 신중론의 배경으로 꼽힌다.
친명계인 김병기 원내대표가 내란특별재판부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대안을 내달라"고 최근 언급한 것도 이런 기류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정 대표는 지난 5일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누구도 피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에 신속하게 논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 대표의 속도전은 강경한 지지층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당 대포'를 자처하면서 싸움의 전면에 섰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추진력 있는 대표로 자리매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이와 함께 전략적으로 개혁의 내용과 추진 일정의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란 관측도 일부 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지난 당 대표 선거 당시 TV 토론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필요한 것을 국회에서 120% 달성한 뒤 대통령이 20% 양보하라 했을 때 양보해서 100%를 달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 대표의 이런 주도적 입법 속도전을 두고는 당 일각에서는 우려도 없지 않다.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 없이 속도에만 매몰될 경우 개혁이 부실해지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이유다.
mskwa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