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지난해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의과대학 교수들의 업무가 진료와 행정에 쏠리면서 연구 활동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 업무 과중과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연구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급감했고, 연구 성과의 질 역시 뚜렷하게 후퇴했다.
양적 지표뿐 아니라 질적 지표 역시 크게 하락했다. 연구 동기(80.5%), 연구 몰입도(82.6%), 연구 효율성(81.6%) 모두 감소했다고 응답한 교수가 많았다. 특히 연구 성과의 질이 저하되었다는 응답도 72.8%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산출물 감소를 넘어 의학 연구의 질적 기반까지 훼손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회복 전망 또한 어두웠다. 즉시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 교수는 3.1%에 불과했으며,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응답은 41.0%, 회복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26.3%에 달했다.
연구 회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 요구도 분명했다. 교수들은 ▲연구비 지원 안정성 및 집행 유연성 확보, ▲연구 기간 및 연구 시간 보장 체계 구축, ▲연구행정 부담 완화 및 절차 간소화를 위한 행정 체계 혁신, ▲연구 보조 인력 지원 및 협업 네트워크 보호 체계 마련 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의학한림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의정 갈등이 의과대학 교수들의 연구 활동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으며, 핵심 지표들이 동시에 악화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 충격을 넘어 연구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우리나라 의학 연구는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아 왔으나, 이번 사태로 그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연구 활동의 조속한 회복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되찾고 미래 연구 역량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학한림원은 '2024년 의정 사태에 따른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 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오는 11월 발간할 예정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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