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명 사망"·"안구적출"…캄보디아 '웬치'선 무슨 일이

기사입력 2025-10-14 08:20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의 내부 모습. 남성의 손이 철제 침대에 묶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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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 관련자들 증언 들어보니…'무법천지' 폭행·고문·사망이 일상

"결말은 장기매매"…언론·경찰 주목 피해 새 범죄단지로 이주·타국 이동도 시도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이른바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의 범죄단지에서 고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에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포이펫, 바벳 등 국경지대 범죄단지로 팔아넘기기도 하며 더 이상 일을 시키거나 돈을 갈취할 수 없을 때는 장기매매까지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연합뉴스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이들의 지인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범죄단지에서 손톱을 뽑거나 손가락을 자르는 등 고문이 자행되며, 돈을 받고 다른 단지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입을 모았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규모는 단지별로 천차만별이며 그 안에서 로맨스스캠, 비상장주식, 해외선물, 공무원 사칭 보이스피싱 등이 이뤄진다. 한 관계자는 캄보디아 안에 400개에 가까운 범죄단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한국인이 범죄단지에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라며 "통장으로 범죄단지 수익을 세탁해주거나 한국인 대상 사기에 TM(텔레마케팅), 채팅, CS(고객서비스)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캄보디아라고 다 같은 캄보디아가 아니다. 프놈펜, 시아누크빌과 달리 국경지대 쪽에 위치한 포이펫, 바벳은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보내는 동네"라고 했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B씨는 "프놈펜이나 시아누크빌에서 일하다가 실적이 좋지 않거나 카지노에서 빚이 생기면 포이펫이나 바벳 같은 국경 지역으로 팔려 간다.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지난 8월 숨진 대학생 박모씨가 머물던 보코산 지역에 대해서는 "통상 통장을 팔러 가는 곳이고, 그러다 그곳에 갇혀 불법적인 일을 하게 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범죄단지에서 폭행을 당하다가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자랑거리로 삼는 일부 관리자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B씨는 "폭행 당해서 숨지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하루에 한 명꼴로 죽는다. 캄보디아는 그런 곳"이라며 "한국인만 표적이 되는 건 아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국적은 다양하다"고 했다.

또 "이들은 계속 맞다가 몸이 안 좋아져서 숨지기도 하고 일을 시키다가 실적을 못 내면 때리기도 한다. 통장을 팔러 왔는데 그 통장이 (지급정지로) 잠기면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범죄단지에 감금된 경험이 있는 C씨는 "관리자들의 텔레그램 방이 있는데 거기에 고문, 시체 사진이 참 많다. 그런 걸 자랑으로 생각하고 얘기하고, 나에게도 보여주며 '너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된다'고 했었다"라고 했다.

이렇게 폭행을 당하다 숨진 이들을 단지 내 소각장에 넣는다는 증언도 있었다.

A씨는 "시체 처리할 일이 많다. 돈 사고 내는 사람이 한두명도 아니니까. 일을 시켜도 성과가 없고 장기매매도 못하면 그냥 소각장으로 넣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범죄단지에서 근무했던 D씨는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다. 과장된 소문"이라고 했다. B씨도 "소각장에서 사람을 태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국경지대에서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저질러 피해금을 가로채는 일로 이른바 '실적'을 내지 못하면 폭행을 당하다가 장기매매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A씨는 "빚을 졌는데 성과가 안 나면 장기를 파는 수밖에 없는데, 일단 안구부터 적출한다"라며 "다른 장기는 이식자를 찾는 과정이 까다로운데 각막은 비교적 이식이 쉽고 단가도 꽤 비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구를 적출해서 빚이 해결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데, 10명이면 10명은 죽여달라고 한다더라"라며 "거기까지 갔다면 갈 데까지 간 사람인데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범죄단지에 갇혀있을 때 국경지대인 '포이펫으로 팔아버리겠다. 그러면 너는 정말 끝나는 것이다', '장기 매매를 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라고 회상했다.

현재는 캄보디아 내에서 장기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B씨는 "시아누크빌에 중국 병원이 엄청 많은데, 옛날에는 모두 장기 적출을 위해 사용했던 병원"이라며 "지금은 장기를 팔기보다 억지로 일을 시키고, 쓸 때까지 쓰이면 미얀마로 보낸다. 아마 미얀마에서 장기 적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취재진에 캄보디아 곳곳에 새로 지어진 범죄단지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범죄단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캄보디아에 이목이 쏠리면서 많은 범죄단지가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타국으로의 이동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많은 범죄단지가 성업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캄보디아 주요 단지에 집중적으로 이목이 쏠리면서 외부의 관심을 받게 되고 운영 방식이 노출되자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프놈펜과 가까운 망고단지와 태자단지는 정부 단속이 심해지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더 외진 국경지대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단지가 사람을 모으고 있었다.

suri@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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