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 자도 학교에서 졸고 있는 아이…게으른게 아니라 질환이었다

기사입력 2025-10-19 10:18


10시간 자도 학교에서 졸고 있는 아이…게으른게 아니라 질환이었다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한창 성장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수면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적정 시간 이상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낮 시간 졸음이 쏟아지거나 만성적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면 수면 장애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수면장애는 전체 인구의 20%가량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수면장애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과도한 수면을 취하는 '과다수면증(Hypersomnia)'은 2019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으로 과다수면증 환자 수는 2022년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겼으며, 2024년에는 2583명까지 늘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10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및 청년층에서 과다수면증 진단을 받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웃거나 감정변화가 심할 때 갑작스럽게 탈력발작(몸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증상)이 일어나며 주간 졸림이 심한 1형 기면증 정도의 증상이 아닌 이상 단순히 잠이 좀 많은 체질 정도로 치부되기 쉽기 때문이다.

강남베드로병원 뇌전증·수면센터를 이끄는 한국 수면의학 권위자 신경과 홍승봉 원장은 "장시간 수면 후에도 개운함이 없고, 낮에 졸리고 기상이 지나치게 힘들거나 만성적인 피로감을 느낀다면 '특발성 과다수면증(Idiopathic Hypersomnia)' 또는 기면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원인이 불문명한 특발성 과다수면증의 경우, 밤에 충분히 자더라도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아침에 깨기가 어려워서 일상에 불편이 크다.

특히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수면과다의 경우, 낮에 과도하게 졸리고 밤에 충분히 자더라도 오전 기상이 쉽지 않아 일상에 불편이 크다.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자며 심한 경우 15~20시간을 자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특히 학업에 집중해야 할 청소년층에 지장을 초래하며, 졸음운전과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위험도 크다. 때문에 반드시 수면치료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유 없이 주간 졸림 심하면 과다수면증 의심


주간졸림증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만성수면부족이며, 성인의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두번째로 많다. 만성수면부족과 수면무호흡증이 없는데도 낮에 졸리고 피곤하면 과다수면증을 의심해야 한다. 과다수면증은 크게 기면증과 특발성 과다수면증으로 나뉜다. 또한 다시 기면증은 주간졸림과 탈력발작이 동반되는 1형 기면증과 주간졸림증만 있는 2형 기면증으로 나뉜다.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과다수면증과 2형 기면증은 상당수 증상이 겹쳐 구분이 어렵다.

강남베드로병원 뇌전증·수면센터 신경과 홍승봉 원장은 "2형 기면증은 1형 기면증과 달리 탈력발작 없이 심한 주간졸림증과 주간 5회 낮잠 중 2회 이상의 렘수면이 나타난다"며 "하루 수면시간이 너무 길고 주간졸림이 심하지만 수면검사 결과 기면증 기준에 맞지 않으면 특발성 과다수면증으로 진단하는데, 2형 기면증과 구별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어 홍 원장은 "주간졸림증의 원인은 종종 2가지 이상 수면 장애가 겹쳐 나타나기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각성을 촉진하는 신경호르몬(히포크레틴)의 결핍이 원인인 1형 기면증과 달리 특발성 과다수면증은 말 그대로 명확한 원인이 없다. 가족력, 뇌 히스타민, GABA(억제성 뇌호르몬), 일주기 리듬 변화, 자가면역 이상 등이 관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청소년의 경우 불규칙한 수면습관으로 인한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s)의 교란으로 정상 대비 수면 및 기상시간이 늦어지는 '수면위상지연장애'이 동반되기 쉬우므로 주간 졸림의 원인을 진단할 때에는 수면검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각도의 접근과 상세한 문진이 필요하다.

특발성 과다수면증의 경우 극적인 주간 졸림 증상(밥을 먹다가, 길을 걸어가다가 졸음에 빠짐 등)을 보이는 기면증과 달리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만성적 졸음, 서서히 심해지는 졸음 등 증상이 점진적으로 나타나 개인의 의지와 게으름의 문제로 오인되기도 쉽다. 그러나 이를 방치할 경우 졸림, 지각, 집중력 저하로 학업 및 업무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졸음으로 인한 안전사고 및 일상 속 기능 저하 등 다양한 불편감을 겪게 된다.

홍승봉 원장은 "특발성 과다수면증은 특히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전문 의료진을 통한 정밀한 검사와 진단이 필수적"이라며 "환자 맞춤 진단 및 치료를 통해 충분히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야간수면다원검사로 상세 진단 가능

과다수면증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진찰을 통한 하루 수면 시간 및 주간 졸임 증상의 확인이 중요하다. 낮 시간 졸림의 정도, 코골이, 수면습관 및 과도한 수면으로 인한 일상에서의 불편 등을 물어보고 수면 일기를 작성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혈액 검사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수면 장애를 가장 자세히 확인 가능한 검사는 야간수면다원검사(PSG, Polysomnography)다. 검사실에서 실제 수면을 취하면서 수면 중 증상을 면밀하게 살피는 검사다. 뇌파검사, 눈동자 움직임, 심전도, 근육 긴장도, 호흡 및 호흡량, 가슴-복부 움직임, 혈중 산소포화도, 다리 움직임 등 뇌 및 신체 신호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의 질, 각성 빈도, 수면 무호흡 횟수, 호흡운동, 산소포화도 저하, 수면 중 이상행동 등 비정상적 수면 양상을 관찰하고 측정하게 된다.

주간 졸림증이 심하거나 기면증, 과다수면증이 의심될 때에는 5회의 낮잠에서 주간졸림의 정도와 렘수면의 출현을 검사하는 주간 다중수면잡복기검사(MSLT)도 함께 시행한다.

이때 평균 수면 잠복기가 8분 이하로 짧게 나타나고 렘수면이 2회 이상 나타나면 기면증으로 진단하고, 렘수면이 없거나 1회만 나타나면 특발성 과다수면증으로 진단을 하게 된다. 특발성 과다수면증의 진단을 위하여 24시간 동안 수면검사 또는 활동기록검사(actigraphy)를 통해 하루 수면시간을 측정하기도 한다. 24시간 검사 중 11시간 이상 잠을 자면 특발성 과다수면증으로 진단하게 된다. 특발성 과다수면증 환자는 대개 하루 12~14시간 수면을 취하며, 외부 자극이 없으면 스스로 기상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다만 정확한 검사 및 치료를 위해서는 수면의학 전문가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특히 야간수면다원검사시에는 충분히 잘 수 있는 검사실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검사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 검사의 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일찍 수면을 취하거나 지나치게 일찍 기상시켜 검사를 끝낼 경우 실제 수면상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기 어려워 오진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야간 수면검사 시에는 평소 취침시간에 잠들고 오전에 스스로 깰 때까지 수면검사를 진행해서 평소 수면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홍승봉 원장은 "과다수면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없이 그대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환자의 학습 능력 저하, 성취도 저하 및 사회 적응 문제,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8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자도 피곤하거나 기상이 어렵거나 낮에 졸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신경과 수면센터를 찾아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10시간 자도 학교에서 졸고 있는 아이…게으른게 아니라 질환이었다
홍승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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