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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실화 혐의 입건자 5명…화재원인 규명은 시일 더 걸릴 듯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2일 브리핑에서 업무상 실화 혐의 외에 불법 하도급 혐의로 공사 관련 업체 5곳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공사업법상 전기공사 수주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이번 이설작업은 수주업체가 아닌 제3의 업체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정자원은 일반 경쟁 입찰을 통해 배터리 이설 업체로 전기 관련 업체 A사 등 두 곳을 선정했다.
A사는 작업을 하도급 업체로 넘겼고, 이 하도급업체는 또 다른 두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도급 업체들뿐만 아니라 수주업체 등 공사 관련 업체 5곳 모두 무정전·전원장치(UPS) 시스템 이전설치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튬배터리 분리 시 충전율(SOC)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리튬배터리 분리·이설 가이드라인' 관련, 작업자들은 경찰에서 "잘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자들의 경력은 대부분 전기 관련 자격증 취득 후 동종업계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고급기사였고, 1명만 자격증을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기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이들이 "작업복·작업공구 등 절연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국정자원 담당자, 이설작업 공사 업체 현장 책임자, 감리 업체 직원, 작업자 등 5명이다.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는 물론 관련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판단해야 해 규명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전경찰청 조대현 형사기동대장은 "현재까지 29명을 참고인 조사했다"며 "구조적인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실화 혐의로 추가 입건자가 나올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불법 하도급 혐의와 관련해서는 조달청과 인허가 담당 지자체에서 관련 서류를 받아 분석한 뒤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작업 당시 주 전원(메인 차단기)은 차단했지만, 부속 전원(랙 차단기)은 차단하지 않았다"는 공사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이 확보한 로그 기록상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터리 충전율은 90%로 조사됐는데, 경찰은 보정률을 감안하면 실제 충전율은 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작업자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7시 9분께 배터리 주 전원을 차단했는데 이로부터 1시간 7분 뒤인 오후 8시 16분께 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의 UPS 리튬이온배터리를 서버와 분리해 지하로 이전하기 위한 배터리 케이블 분리 작업 도중 발생했다.
이로 인해 배터리 384개와 서버가 불에 타 행정정보시스템 등 정부 전산시스템 709개가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화재로 마비됐던 행정정보시스템 709개 중 424개 서비스가 정상화돼, 복구율은 약 60%다.
swan@yna.co.kr
<연합뉴스>